
캔버스 위에는 붓이 지나간 자국도, 색과 색을 가르는 날카로운 경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구름이 흩어지거나 오로라가 스며드는 듯한 몽환적인 색의 흐름만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물에 풀린 안료들이 중력의 법칙에 따라 서서히 가라앉으며 만들어낸 부드러운 깊이감은 관람객의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아둔다. 조현화랑은 김택상 작가의 개인전 ‘그대로(As It Is)’를 서울과 부산의 세 곳 전시장에서 동시에 개최하며 그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

하얀 고깔을 깊게 눌러쓴 무용수가 정적을 깨고 무대 위로 발을 내디뎠다. 겹겹이 두른 흰 옷자락을 하나씩 벗어 던지며 허공을 향해 흰 천을 뿌리는 동작은 전통 살풀이의 정서를 품고 있으면서도, 그 궤적은 현대적인 세련미를 물씬 풍겼다. 무대 위를 채우는 소리꾼의 애절한 음성은 무용수의 거친 호흡과 맞물려, 마치 실제 굿판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자아냈다.지난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개된 서울시무용단의 신작 ‘무감서

말러의 가곡 '북치기 소년'의 마지막 음표가 사라진 뒤에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무대 위의 이안 보스트리지는 물론, 지휘봉을 잡은 윤한결과 세종솔로이스츠 단원들, 그리고 숨을 죽인 관객들까지 누구 하나 먼저 정적을 깨뜨리지 못했다. 사형장으로 향하며 동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소년병의 비극적 서사가 무대 위에 그대로 박제된 듯한 순간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보스트리지가 천천히 고개를 들자 그

대구 동구의 하늘과 맞닿은 새로운 예술 공간이 문을 열었다. 루지움갤러리는 도심 속 야외 전시 공간인 '루지움 스카이 테라스(LUZIUM SKY TERRACE)'를 전격 공개하며, 개관 기념 첫 전시로 사공누리 작가의 개인전 'In situ: 머무름의 조건'을 27일부터 나흘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닫힌 실내 공간을 벗어나 변화무쌍한 외부 환경과 예술 작품이 실시간으로 교감하는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첫 주자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던 기억의 파편들이 무지갯빛 투명한 천으로 연결되어 서울의 중심부에 내려앉았다. 뉴욕과 런던, 베를린 등 작가가 머물렀던 도시의 집들을 22m 길이의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구현한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전시는 8월 27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진행되며, 30여 년간 '집'이라는 화두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이동의 문제를 탐구해온 작가의 예술 여정을 총망라하는 자리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서도호가 서울과 뉴욕, 런던 등 자신이 머물렀던 도시의 기억을 하나로 엮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상륙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30여 년간 탐구해온 '집'이라는 화두를 건축적 차원을 넘어 인간의 신체와 가족애라는 근원적인 영역으로 확장해 보여준다. 특히 5전시실에 설치된 2024년작 '완벽한 집'은 서로 다른 시공간의 문손잡이와 콘센트 같은 세밀한 요소들을 중첩해, 작가만의 독특한 '건축적 자서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