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국내 미술계는 이미 뜨거운 가을 축제 준비를 마쳤다. 올해 상반기가 거장들의 회고전으로 활기를 띠었다면, 하반기에는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혀온 국내외 작가들의 대규모 전시와 국제적인 아트페어가 맞물리며 거대한 예술의 장이 펼쳐진다. 특히 9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와 키아프를 기점으로 전국 각지의 비엔날레가 연쇄적으로 개막하며 한국은 그야말로 '미술의 계절'에 접어들 전망이다.

인간 존재의 근원을 파헤치는 거친 붓질과 내면의 향기를 투명한 유리로 빚어낸 섬세한 손길이 올여름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평택 베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김희곤의 개인전 ‘인간순례’는 고정된 관념을 해체하며 인간의 형상을 다시 묻는 파격적인 시도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작가는 캔버스를 찢고 긁어내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단순히 외형을 무너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상처와 욕망, 그리고 생성과 소멸이 뒤섞인 인간의

화려한 무대 장치나 의상 없이 오직 배우의 목소리와 대본만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특별한 무대가 열린다. 국립극단은 이달 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일본과 중국, 프랑스, 캐나다 퀘벡의 동시대 희곡 7편을 소개하는 낭독 공연 시리즈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민간 연극계가 오랜 시간 다져온 국제 교류의 결실이자,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국립극단이 해외 극작가 협회들과 손잡고 마련한 글로벌 연극 축제

국내 공연계에서 록 음악을 차용한 뮤지컬들이 과거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비약적인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소극장 기반의 청춘물이나 저항 정신을 강조하는 작품에 국한되었던 록 사운드가 이제는 고전 비극부터 전통 설화, 현대 블랙 코미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는 록 특유의 강렬한 에너지가 극단적인 감정선을 다루는 서사와 만나 관객들에게 즉각적이고 파괴력 있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으

대구시립극단이 제62회 정기공연의 막을 올리며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서정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박춘근 작가의 대표 희곡 '민들레 바람되어'로, 오는 14일과 15일 양일간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2008년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이 연극은, 이번에 대구시립극단 성석배 예술감독의 새로운 연출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인간 내면의 풍경을 그려

예향 통영이 낳은 거장, 전혁림 화백은 독학으로 미술의 경지에 오른 '색채의 마술사'다. 그에게 고향 통영의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닌 평생을 바쳐 탐구해야 할 창작의 원천이었다. 화백이 봉평동 자택에서 매일 마주했던 남해의 짙푸른 빛깔은 그만의 독창적인 색채인 ‘전혁림 블루’로 승화되어 한국 현대 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90세의 고령에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의 열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이어져, 청와대 인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