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로 뒤흔든 '하트셉수트', 전원 '이집트 걸그룹'으로 전격 데뷔 선언
대학로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던 뮤지컬 '하트셉수트'가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지난 3월, 고대 이집트의 여성 파라오라는 독특한 소재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이 작품이, 오는 9월 30일 광명시민회관에서 단 하루의 스페셜 무대, ‘뮤지컬 하트셉수트 REBOOT: 이집트 걸그룹 데뷔 전야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이번 콘서트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그 탄생 배경에 있다. 모든 것은 지난 4월 1일, 만우절에 시작된 유쾌한 장난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하트셉수트' 제작사는 공식 SNS를 통해 "존재하지 않는 날짜인 9월 31일, 이집트 걸그룹이 데뷔한다"는 장난기 가득한 게시물을 올렸다. 이는 작품의 콘셉트를 활용한 가벼운 이벤트였지만, 팬들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정말로 데뷔해달라", "콘서트라도 열어달라"는 열띤 요청이 쇄도했고, 이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고자 제작진은 만우절의 '거짓말'을 '현실'로 만들기로 전격 결정했다.단순한 갈라 콘서트를 넘어 '이집트 걸그룹 데뷔 전야제'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꾸며지는 이번 무대는 그야말로 특별함으로 가득 채워질 예정이다. 관객들은 공연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주요 넘버들을 라이브로 감상하는 것은 물론, 오직 이번 콘서트만을 위해 배우들이 야심 차게 준비한 스페셜 스테이지를 만나볼 수 있다. 이는 기존 뮤지컬 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또한, 이번 콘서트는 지난 3월 초연의 막을 내린 이후 처음으로 배우들과 관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는 공식적인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가 마련되어, 캐릭터 구축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배우들이 간직해온 소중한 추억 등 팬들이 궁금해했던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을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작품을 사랑했던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축제와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뮤지컬 '하트셉수트'는 고대 이집트를 통치했던 위대한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의 삶과 그녀의 무덤에서 발견된 이름 모를 여성 미라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펼쳐내는 독창적인 서사로 초연 당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역사적 사실에 창의적인 상상력을 더해 탄생한 매력적인 캐릭터와 중독성 강한 음악은 대학로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번 REBOOT 콘서트는 그 감동을 다시 한번 재현하는 동시에, '걸그룹 데뷔'라는 파격적인 콘셉트를 통해 작품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전망이다.
- 단순한 연주회가 아니다... 750번의 무대, 10년의 역사가 증명할 '눈물의 하모니'가 온다
'발달장애인은 전문 연주자가 될 수 없다'는 세상의 냉정한 편견에 맞서, 음악이라는 언어로 기적을 써 내려온 이들이 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발달장애인 전문 연주단체,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위드앙상블'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5년,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던 도전을 시작한 이들이 어느덧 창립 10주년이라는 감격적인 이정표를 세우고, 그 위대한 여정을 기념하는 아홉 번째 정기연주회를 오는 9월 7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개최한다.이번 연주회의 부제는 '10년의 동행, 9번째 무대의 감동'이다. 이 한 문장에는 지난 10년간 단원들이 흘렸을 땀과 눈물, 그리고 그들의 성장을 묵묵히 지지하며 함께 걸어온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응축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무대는 단순히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을 선보이는 공연을 넘어, 발달장애 전문 연주자들의 경이로운 음악적 성취를 증명하고, 앙상블의 오늘이 있기까지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내준 지역사회와 후원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특히 이번 공연은 그 의미만큼이나 다채롭고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기대를 모은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특별한 협연 무대들이 대거 마련된 것. 국내 최정상급 바이올린 교수진이 단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실력파 클라리넷 앙상블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또한, 장애의 벽을 넘어 음악으로 소통하는 또 다른 아티스트인 시각장애인 보컬리스트와 드림위드앙상블 빅밴드의 협업은 이번 공연의 백미로 꼽힌다.공연의 1부에서는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이 클라리넷 앙상블의 경쾌하고 화려한 연주로 힘차게 포문을 연다. 이어, 앙상블 소속의 발달장애인 테너 윤용준이 무대에 올라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바이올리니스트 윤동환, 임지희 교수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통해 세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보인다. 2부에서는 아카데미 클라리넷 앙상블의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와 색소폰 앙상블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이 이어지며 한층 깊어진 앙상블의 역량을 과시한다. 대미를 장식할 무대는 시각장애인 보컬리스트 이아름, 김지호와 드림위드앙상블 빅밴드가 함께 꾸민다. 이들은 냇 킹 콜의 불후의 명곡 'Unforgettable'과 'L-O-V-E'를 재즈 선율에 실어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총괄 기획을 맡은 윤동혁 공연팀장은 "지난 10년간 뉴욕 UN 본부, 청와대, 남아공 순회공연 등 750회가 넘는 국내외 주요 무대를 통해 실력을 갈고닦은 단원들의 역량과, 그들의 뒤를 잇는 아카데미 교육생들의 눈부신 성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장애라는 껍데기를 넘어 오직 음악 그 자체로 관객과 소통하는 최고의 공연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이옥주 이사장은 "드림위드앙상블의 정기연주회는 이제 단순한 공연을 넘어 전국의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소통과 만남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을 통해 발달장애인 연주자들이 빚어내는 특별하고도 순수한 음악의 향연이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위대한 여정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후원으로 계속된다.
- 당신의 '다정함'은 어떤 모습입니까?
각박하고 분주한 현대 사회,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다정함'이라는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시대를 초월한 문학이 던지는 따뜻한 위로에 주목하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전북 부안군문화재단은 5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석정문학관에서 시인 신석정의 문학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기획전시 '아무도 다치지 않는 마음'을 개최한다.이번 전시는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고 시를 소개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과감히 탈피했다. 대신, 신석정 시인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다정함'이라는 감성에 집중하여, 전국 각지에서 모인 65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직접 기획자이자 작가로 참여하는 '참여형 전시'라는 파격적인 형식을 택했다. 이 특별한 프로젝트를 위해 10대 청소년부터 60대 성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세대의 참여자들이 신석정 시인의 시집을 전달받아 깊이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다.참여자들은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시를 읽고, 자신의 마음에 가장 큰 울림을 준 '다정한 시' 한 편을 선정했다. 그리고 그 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과 함께, 자신만이 느낀 솔직하고 내밀한 감상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성해 제출했다. 이렇게 모인 65개의 마음은 전시의 핵심 콘텐츠가 되었다. 10대가 발견한 다정함과 60대가 길어 올린 다정함의 풍경은 저마다 다른 빛깔을 띠지만, 결국 서로의 마음을 잇는 하나의 거대한 감정의 강물로 합쳐진다.전시장은 바로 이 65명의 목소리로 채워진다. 관람객들은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다정한 시'와 그에 대한 해제를 통해 보편적인 공감대를 확인하고, ▲벽면을 가득 채운 '마음을 울리는 65개의 한 구절'을 읽으며 타인의 감성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또한 ▲참여자들이 시를 읽고 제안한 '느낌 단어'들을 통해 다정함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다채롭게 해석될 수 있는지 발견하고, ▲참여자들에게 실제로 전달되었던 시집의 실물을 보며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재단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수동적인 감상자를 넘어, 다양한 세대가 함께 빚어낸 다정함의 세계 속에서 깊은 공감과 따뜻한 위로를 찾는 감성적 체험의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신석정의 문학이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연결고리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며 많은 이들의 방문을 당부했다. '아무도 다치지 않는 마음'은 한 편의 시가 어떻게 세대를 잇고,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는 치유의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 넷플릭스에 다 뺏길 판…'티빙·웨이브' 합병 발목 잡는 '내부의 적'은 누구?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와 그 수록곡 '골든(Golden)'이 전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적 소재의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공개 한 달여 만에 누적 시청 수 2억 6600만 회를 돌파하며 넷플릭스 통합 1위에 올랐고, OST는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3주 연속 정상을 지키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 눈부신 성공의 이면에는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종속, 불공정한 수익 분배, 취약한 제작 환경이라는 K-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이러한 문제의식은 최근 방영된 MBC '100분 토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영화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 한예종 이동연 교수 등 각계 전문가들은 '케데헌'의 성공이 역설적으로 K-콘텐츠의 위기를 보여준다고 입을 모았다. 강윤성 감독은 "글로벌 플랫폼이 없었다면 흥행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 결과로 수익 독점 구조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즉, 한국의 뛰어난 제작 역량이 만들어낸 과실을 글로벌 OTT가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작자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국내 플랫폼과 제작사를 함께 육성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된 것은 바로 'IP(지식재산권) 저작권'의 불균형이다. 이동연 교수는 "콘텐츠 제작 시 IP 저작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핵심 과제"라며, "설령 자본을 투입해 한국형 OTT를 만들어도, 창작자들이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넷플릭스 대신 선택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히 자본의 문제를 넘어,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재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시급함을 시사한다.이러한 위기 속에서 토종 OTT의 경쟁력 확보는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의 막강한 자본과 배급망을 따라잡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대 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를 활용하면서도 우리만의 콘텐츠를 발굴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중소 제작사와 인재 육성에 집중해 봉준호, BTS와 같은 성공 사례가 계속 나올 수 있는 저변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이처럼 절박한 상황에서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양사의 역량이 결집되면 막강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주들의 이해관계와 합병 후 지분율 문제 등으로 실질적인 진척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기업 간의 문제를 넘어, K-콘텐츠 산업 전체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조영신 미디어 평론가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한국 미디어 산업의 돌파구이자, 글로벌 플랫폼에 대항해 '콘텐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신속한 추진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케데헌'의 성공에 마냥 취해있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부커상 후보 정보라 작가의 눈물 섞인 절규, 시상식장 발칵 뒤집혔다!
문학, 연극, 예술, 체육 등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평등의 가치를 외치며 세상을 바꿔 온 문화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일 오후,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제18회 '2025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은 그들의 노고와 성취를 조명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연대의 장이었다.영예의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은 소설 『저주토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정보라 작가에게 돌아갔다. 정 작가는 수상 소감을 통해 "인문학 전공자, 여성, 프리랜서, 문화예술 종사자인 저와 동료들에게 평등은 생존의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여성 창작자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문화체육관광부의 노력을 촉구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성평등한 세상이 올 때까지 거리에서, 그리고 창작을 통해 더욱 열심히 투쟁하겠다"는 다짐으로 좌중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일경문화상'은 첨단 매체로 젠더 권력을 탐구해온 현대미술가 김아영에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은 지난 100년간의 한국 여성 문학사를 최초로 체계화한 『한국 여성문학 선집』에 돌아갔다. 또한 지역에서 성평등 문화의 씨앗을 뿌려온 '전북문화예술성평등네트워크'와 수많은 반대 속에서도 '여주인공 페스티벌'을 이어온 연극인 원종철은 '양성평등문화지원상'을 수상했다. 여성주의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소요서가'는 '을주문화상'을 받았다.특히 9명의 '신진문화인상' 수상자들의 이야기는 시상식에 깊은 감동을 더했다. 70세에 연기를 시작해 배우로 활동 중인 이향란은 "연기를 통해 새로운 기쁨을 알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엄마'가 아닌 오롯한 개인의 삶을 그려온 웹툰 작가 김그래, 여성들이 운동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한 체육교사 전해림 등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를 만들어온 이들의 소감은 큰 울림을 주었다.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에서 "문화예술은 시대의 거울이자 변화의 원동력"이라며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역대 수상자인 배우 이자람, 영화감독 민규동 등도 자리를 빛내며 "이 상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남성들이 더 노력하라는 죽비 같은 상"이라며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보냈다. 이날 시상식은 단순히 한 해의 성과를 축하하는 자리를 넘어, 문화의 힘으로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굳건한 약속과 다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 같은 노란색, 다른 운명…고흐는 '사망', 클림트는 '대성공'
태양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황금빛의 마술사 구스타프 클림트. 두 거장은 유난히 '노랑'을 사랑했고, 이를 화폭에 담아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노랑을 마주한 두 사람의 삶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고흐는 극심한 정신질환 끝에 3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지만, 클림트는 생전에 엄청난 부와 명성을 누렸다. 같은 색을 사랑한 두 천재의 상반된 운명, 그 비밀의 열쇠는 다름 아닌 그들이 태어난 '계절'에 숨어있을지 모른다.이 가설의 중심에는 '5계절 5체질'이라는 흥미로운 관점이 있다. 사람이 태어난 계절에 따라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기운 중 하나를 타고나며, 이는 각기 다른 색과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자신에게 맞는 기운과 색은 약이 되지만, 상극(相剋)인 기운과 색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고흐는 1853년 3월 30일, 봄에 태어났다. 이는 '목(木)'의 기운을 가진 봄체질에 해당한다. 그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프랑스 아를은 고대 로마 유적이 즐비한 역사 도시이자, 오행의 '토(土)' 기운이 유달리 강한 땅이었다. 공교롭게도 토 기운을 상징하는 색은 바로 '노랑'이다. 목(木)의 기운을 가진 고흐에게 토(土)의 기운은 '목극토(木剋土)' 원리에 따라 상극 관계에 놓인다.그는 자신과 맞지 않는 기운의 땅에서 외벽을 온통 노랗게 칠한 '노란 집'에 살며 노란 해바라기를 그리고, 노란색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결국 그는 스스로 귀를 자르는 등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다 권총으로 비극적인 생을 마감했다. 건강이 무너지고 심리가 불안정해지자, 본능적으로 피해야 할 상극의 색에 오히려 강하게 끌렸던 것이다.반면, 클림트는 1862년 7월 14일, 늦여름에 태어났다. 이는 '토(土)' 기운에 해당하는 체질이다. 그에게 노랑과 황금빛은 자신의 타고난 기운과 완벽하게 들어맞는 '약'과 같은 색이었다. 그는 '키스',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등 황금빛으로 가득 찬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마음껏 펼쳤고, 생전에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자신에게 맞는 색을 무기로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것이다.이러한 사례는 또 있다. 평생 흰 옷만 고집했던 디자이너 故 앙드레김은 가을(8월 24일)에 태어났다. 가을은 '금(金)'의 기운이며, 이를 상징하는 색이 바로 '흰색'이다. 그는 자신에게 이로운 색을 통해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얻었다. 반면 겨울생(水)이었던 시인 릴케는 자신과 상극인 붉은 장미(火)를 사랑하다 가시에 찔린 상처가 패혈증으로 번져 사망했다.우리가 무심코 좋아하고 끌리는 색이 사실은 우리의 건강과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 특히 이유 없이 특정 색에 강하게 집착하게 된다면, 그것은 몸과 마음이 보내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 나의 체질과 맞는 색은 무엇인지, 지금 내가 끌리는 색은 과연 나에게 이로운 색인지 한 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 AI가 당신의 옷을 만든다? 9월, 서울 한복판에서 미리 보는 미래 패션쇼
2025년 가을, 서울에서 가장 분주하고 일상적인 공간 중 하나인 지하철역이 미래 패션의 혁신적인 런웨이로 탈바꿈한다. 오는 9월 2일부터 7일까지, 서울 지하철 2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신당역 내부 유휴공간에서 '2025 서울패션로드'가 화려한 막을 올린다.이번 행사는 **'SECOND SKIN : 패션과 AI, 그리고 빛'**이라는 매우 흥미롭고 시의적절한 주제를 내세운다. 이는 옷이 단순히 몸을 가리는 천을 넘어, 우리의 두 번째 피부처럼 기능하고, 인공지능(AI) 기술과 융합하며, 빛이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예술 형태로 진화하는 미래 패션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그 자체로 파격적이다. 화려한 쇼룸이나 거대한 전시장이 아닌, 매일 수많은 시민이 스쳐 지나가는 지하철역의 버려진 공간을 패션의 심장부로 재탄생시켰다. 이를 통해 패션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일상 속에 살아 숨 쉬는 문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문턱을 활짝 열어, 시민들이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미래 기술과 예술이 어우러진 새로운 경험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패션과 AI의 만남'은 이번 전시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인공지능이 디자인에 직접 참여하거나, 개인의 취향과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화된 스타일을 제안하는 등,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빛'을 활용한 작품들은 소재와 형태의 한계를 뛰어넘는 아방가르드한 패션의 세계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할 것이다.'2025 서울패션로드'는 낡고 버려진 공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의 의미와 더불어, 패션 산업이 나아갈 미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는 이 특별한 전시에 방문하여, 기술과 예술이 직조해낸 미래의 옷을 가장 먼저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 20년간 한 장소만 찍어온 사진작가, 그의 렌즈가 포착한 '불변의 진실'은?
한 장의 사진이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기억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여기,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오롯이 한 공간에 바친 한 사진가의 묵직한 기록이 펼쳐진다. 차재철 사진가의 개인전 ‘홍천향교의 문화유산전–20여년의 기록’이 홍천미술관에서 열리며 잊혔던 시간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사진가와 홍천향교의 인연은 2005년 봄, 마치 운명처럼 시작됐다. 향교에서 열린 전통 혼례에 우연히 발을 들인 것을 계기로, 그의 렌즈는 이후 20년간 조용히 향교의 사계와 그 안의 사람들을 향했다. 청년유도회 활동부터 성균관 유교신문 기자, 강원일보 객원사진기자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은 자연스럽게 유교의 세계로 깊이 스며들었다.사진의 배경이 되는 홍천향교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역사다. 조선 성종 이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서 깊은 공간은 6·25 전쟁이라는 민족의 비극 속에서 완전히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잿더미 속에서 불사조처럼 일어나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고,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이번 전시는 바로 이 공간에서 펼쳐지는 유교 전통문화의 핵심,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낸다. 한 인간의 성인식부터 혼례, 장례, 그리고 조상을 기리는 제례에 이르기까지, 각 의례가 품고 있는 고유의 색채와 상징,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포착했다.20여 년간 반복된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진 속 자연의 빛깔은 해마다 미묘하게 변해갔지만, 묵묵히 전통을 이어가는 유림들의 모습과 그 정신만은 변치 않았다. 차 사진가는 단순히 풍경을 담는 것을 넘어,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과 ‘경로효친’이라는 유교적 가치를 생활 속에서 직접 체득했고, 그 깊은 철학을 한 컷 한 컷의 사진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그의 사진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차재철 작가는 말한다. “한 컷의 사진이 누군가에게는 잊혀진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또 누군가에게는 위안과 응원이 되며 지나간 날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진이 단순한 기록에 머물지 않고,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그의 바람처럼, 20년의 오래된 기록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통과 정신이 어떤 의미로 살아 숨 쉬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강력한 매개가 되고 있다.
- 일부러 '해체'된 상태로 전시하는 유물, 대체 왜?
19세기, 한 관료의 선정을 기리기 위해 1,500명이 넘는 백성이 한 땀 한 땀 이름을 수놓아 선물한 특별한 양산이 18년에 걸친 대장정 끝에 마침내 그 속살을 드러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복합 재질 유물의 고난도 보존처리를 모두 마치고, 관서병마절도사 이종승(1828~?)에게 헌정된 '만인산(萬人傘)'을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열린보존과학실에서 최초로 공개한다고 밝혔다.'만인의 양산'이라는 이름처럼, 만인산은 단순한 햇빛 가리개가 아니다. 선정을 베푼 지방 수령이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 고을 백성들이 감사의 마음과 존경을 담아 제작해 선물한 일종의 '명예 기념품'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5점의 만인산은 모두 19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당시의 사회상과 공예 기술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로 평가받는다.하지만 만인산은 비단 같은 직물뿐만 아니라 나무, 금속 등 여러 재료가 결합된 복합 재질 유물이기에 보존 과정이 극히 까다롭다. 특히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삭아버린 직물의 손상이 심각해, 하나의 만인산을 복원하는 데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06년부터 시작해 2024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18년에 걸쳐 소장 만인산 5점 전체의 보존처리를 완료하는 쾌거를 이루었다.이번에 대중 앞에 처음으로 나서는 이종승 만인산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덮개와 휘장(장식 천)에만 무려 1,526명의 이름이 오색실로 정교하게 수놓여 있어, 당시 이종승 절도사를 향한 백성들의 뜨거운 마음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어서 공개될 희천군수 김영철의 만인산은 살대에 금박 문양을 찍는 등 전형적인 구성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 두 유물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파격적인 이유는 만인산을 완성된 '조립' 형태가 아닌, 보존처리를 위해 '해체'한 상태 그대로 공개한다는 점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덮개와 휘장, 꼭지, 자루, 살대 등 각 부속품을 분리하여 전시함으로써, 관람객이 각 구성품의 섬세한 조형적 특성과 제작 기술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물을 완성품으로만 감상하던 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 새로운 시도다. 관람객들은 마치 장인의 작업실을 엿보듯, 만인산의 구조와 아름다움을 속속들이 파헤쳐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갖게 된다.해체된 만인산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내년 8월 23일까지 이어지며, 직물 유물의 안전한 보존을 위해 3개월 주기로 전시품이 교체될 예정이다.
- 웹툰 '연의 편지' 주인공, 사실은 작가의 '이 사람들'이었다
조현아 작가의 웹툰은 독자들을 만화책이 아닌 한 편의 동화 속으로 초대한다. 평범하지만 내면에 단단한 용기를 품은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현실에 살짝 곁들여진 마법 같은 판타지가 따스한 결말을 향해 독자들을 이끌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 '연의 편지'는 이러한 작품 세계의 정수를 보여준다. 낯선 학교로 전학 온 주인공 '소리'가 의문의 편지 한 통을 받으며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편지의 흔적을 따라가며 겪게 되는 마법 같은 여정과 성장을 아름답게 그려낸다.조현아 작가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판타지가 좋아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며, 판타지야말로 만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마법과 환상은 결코 이야기의 주인이 되지 않는다. 작가는 "마법적인 요소는 양념으로 넣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가장 중요한 결말은 마법의 힘이 아닌, 온전히 주인공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결과"라고 힘주어 말한다. 즉, 환상적인 장치는 인물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일 뿐, 결국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것은 캐릭터 자신의 의지와 용기라는 것이다.이러한 작가의 철학은 작품의 핵심 소재인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연의 편지'라는 제목처럼, 편지는 사람들 사이의 '인연'을 이어주고 외로운 이들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위축되어 있던 전학생 소리는 편지를 통해 새로운 친구 '동순'을 만나고,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며 점차 밝은 모습을 되찾는다. 작가는 "작품 속 편지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소리의 성장과 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하며, 편지가 단순한 줄거리 전개의 도구를 넘어, 주인공의 내면을 치유하고 성장시키는 중요한 장치임을 분명히 했다.주인공 '소리'의 캐릭터는 작가가 살아오면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로부터 탄생했다. 왕따당하는 친구를 외면하지 않고 용기를 냈다가 도리어 자신이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아픔을 겪지만, 소리는 편지를 통한 여정 속에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고 상처를 치유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작가는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어른이 된 후에도 내 주변엔 늘 마음이 단단하고 정의로운 여자친구들이 있었다"며, "그 친구들을 동경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밝혔다. 그는 옳은 일을 하면서도 꿋꿋한 그들을 보며 품었던 '왜 저런 행동을 할까'라는 의문이, 결국 '그들이 옳은 세상에 살고 싶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소리의 성장은 곧 작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바람이 투영된 결과물인 셈이다.2018년, 총 10화라는 짧은 호흡으로 완결된 '연의 편지'는 오는 10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여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작가는 "애니메이션화는 모든 만화가의 꿈"이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는 "움직이는 소리와 동순을 보면서 '이걸 보기 위해 지금까지 만화를 그렸구나' 생각했다"며, 특히 음악과 섬세한 움직임이 더해져 원작의 감성을 극대화한 장면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마법보다 더 마법 같은 아이들의 선택과 성장이 스크린 위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