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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방심'이 중년의 병 부른다! 심뇌혈관질환 73% 줄이는 비법 공개젊은 시절부터 심혈관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년기에 심뇌혈관질환 및 신장질환 발생 위험을 70% 이상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호규·하경화 교수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지종현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을 통해, 젊은 성인의 심혈관 건강 수준이 향후 중년기 주요 질병 발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생애 초반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인 건강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질병 예방을 위한 포괄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시사한다.연구팀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당시 30세 성인 24만1924명을 대상으로 심층 분석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의 신체활동량, 흡연 여부, 체질량지수(BMI), 혈압, 혈당, 혈중 지질 등 총 6가지 핵심 항목을 바탕으로 심혈관 건강 점수를 산출했으며, 특히 30세부터 40세까지 10년간의 누적 건강 점수를 계산하여 참가자들을 5개 그룹으로 세분화했다. 이후 평균 9.2년 동안 이들을 추적 관찰하며 심뇌혈관질환 및 신장질환 발생률을 면밀히 비교 분석했다. 이러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는 젊은 성인의 건강 지표가 장기적인 질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 있어 높은 신뢰도를 제공한다.분석 결과는 젊은 시절의 심혈관 건강 관리가 질병 예방에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가지는지 명확히 보여주었다. 심혈관 건강 수준이 상위 20%에 속하는 그룹의 심뇌혈관질환 및 신장질환 연간 발생률은 0.05%에 불과했다. 이는 심혈관 건강 수준이 가장 낮은 하위 20% 그룹과 비교했을 때, 상위 그룹의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73% 낮고, 신장질환 발생 위험은 무려 75%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심혈관 건강을 높은 수준으로 오랫동안 유지할수록 심뇌혈관질환과 신장질환 예방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하며, 건강한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이번 연구는 심근경색, 뇌졸중, 만성콩팥병 등 주요 질환들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공통된 위험 요인들을 공유하며, 이러한 요인들이 젊은 시절부터 누적되어 중년 이후 질병으로 발현되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성인 초기부터 종합적인 위험인자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질병 예방의 핵심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호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젊은 시절의 심혈관 건강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추적해 질병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심뇌혈관질환 예방 전략은 생애 전반에 걸친 포괄적 관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저널 심장학(JAMA Cardiology)' 최신호에 게재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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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인가, 전시인가?…양방언의 음악, 반가사유상을 만나 완전히 새로운 예술로 태어나다국립중앙박물관의 상징과도 같은 국보 반가사유상, 그 깊은 사유의 세계가 무대 위에서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예술로 재탄생한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음악전시 콘서트 ‘사유하는 극장’이 2022년 첫선을 보인 이래 세 번째 시즌으로 관객을 맞는다. 이 공연은 단순히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는 것을 넘어, 전시와 공연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이 공간 자체에 머물며 예술과 하나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신개념 퍼포먼스다. 2023년 ‘음류’, 2024년 ‘초월’에 이어 올해는 ‘Sa-yU’(사유)라는 부제 아래 ‘사유에서 초월로, 초월에서 위로로’ 이어지는 인간 내면의 순환적 감정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또 한 번의 감각적 충격을 예고한다.이번 공연의 음악을 총괄하는 양방언 작곡가는 현대음악과 전통음악, 그리고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만의 독창적인 음률을 빚어낸다. 그는 관객이 ‘사유의 방’에서 느낄 법한 세 가지 감각, 즉 현실을 뛰어넘는 초월적 감각과 삶의 역동성을 포착하는 감각, 그리고 다시 고요한 마음으로 회귀하는 감각을 오롯이 음악으로 구현해냈다. 양방언 작곡가는 이 공연이 사유의 방이 지닌 정적인 에너지를 음악과 영상, 빛이라는 동적인 언어로 확장시키는 시도라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관객이 단순히 무대를 ‘보는 사람’에 그치지 않고, 시공간 속에 온전히 ‘머무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낯선 체험의 장으로 초대한다.민새롬 연출가는 멈춰있는 시공간의 상징인 박물관에 예술이 스며드는 순간, 모든 것이 다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무대를 구성한다. 그의 손끝에서 빛과 음악, 영상은 각자 존재감을 뽐내는 대신 서로 긴밀하게 호흡하며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움직인다. 이는 관객에게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라, 관객 스스로 사유의 감각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자신만의 서사를 완성해나가는 여정이 되도록 설계되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극작가 장성희의 시적인 희곡이 영상의 형태로 더해져, 활자라는 문학적 언어와 소리라는 음악적 언어가 만나 빚어내는 특별한 감각의 시너지를 선사할 예정이다.‘사유하는 극장’은 양방언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연주를 중심으로 사운드 디자인, 영상, 조명, 무대미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창작진이 협업하여 완성하는 종합 예술의 결정체다. 공연장 안뿐만 아니라 로비 공간까지 설치 작품을 전시하여, 관객이 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연이 끝나고 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거대한 예술적 체험으로 이어지도록 세심하게 구성했다. 고요한 사유의 방에서 시작된 예술적 영감이 가장 역동적이고 현대적인 무대 언어로 재해석되는 이 특별한 경험은 오는 11월 2일까지 이어지며,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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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부터 '백조의 호수'까지…단 하루, 가을밤을 채울 차이콥스키의 모든 것깊어가는 가을밤, 클래식 음악의 대명사 차이콥스키의 낭만적인 선율이 세종문화회관을 가득 채운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11월 18일 대극장에서 ‘누구나 클래식-차이콥스키와 발레음악’ 공연을 개최하며 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할 예정이다. 이번 무대는 클래식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차이콥스키의 대표적인 발레 음악과 피아노 협주곡을 친절한 해설과 함께 선보이는 음악회다. 특히 이번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이 자랑하는 대표 브랜드 공연 ‘누구나 클래식’ 시리즈의 일환으로,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특별한 시도를 통해 모든 시민에게 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명작으로 꼽히는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의 하이라이트 곡들로 화려하게 구성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설렘을 담은 ‘호두까기 인형’의 ‘작은 서곡’과 ‘꽃의 왈츠’, 동화 속 무도회의 우아함을 그린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왈츠’, 그리고 비극적인 아름다움의 정수인 ‘백조의 호수’ 속 ‘백조의 춤’과 웅장한 ‘피날레’에 이르기까지, 차이콥스키 특유의 풍부한 서사와 낭만적인 선율을 만끽할 수 있는 곡들로 채워진다. 여기에 그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이자 클래식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협주곡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작품이 더해져,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이 환상적인 음악의 향연을 위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지휘로 정평이 난 여자경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지휘봉을 잡고, 국내 대표 교향악단 중 하나인 대전시립교향악단이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협연자로는 2022년 세계적 권위의 ARD 뮌헨 국제 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젊은 거장, 피아니스트 김준형이 나선다. 또한, 우리에게 친숙한 독일 출신 방송인이자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다니엘 린데만이 해설자로 참여해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곡에 대한 이해를 돕고 클래식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다.무엇보다 이번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세종문화회관 ‘누구나 클래식’ 시리즈가 추구하는 파격적인 운영 방식에 있다. 2024년부터 관객이 직접 공연의 가치를 판단해 티켓 가격을 결정하는 ‘관람료 선택제’를 도입하며 화제를 모았던 이 시리즈는, 이번 ‘차이콥스키와 발레음악’ 공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무려 3000여 석에 달하는 대극장 전석을 ‘행복동행석’으로 운영하여, 사실상 모든 시민이 아무런 부담 없이 자유롭게 클래식 명곡을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클래식 공연의 높은 문턱을 완전히 허물고, 문화 예술의 공공성을 실현하려는 세종문화회관의 과감하고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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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대박 터졌는데…정작 뿌리는 중국에 통째로 내주고 있었다우리나라의 고유 전통공예인 매듭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왜곡된 정보가 국가유산청 공식 홈페이지에 수년간 버젓이 게시되어 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홈페이지 내 매듭장(매듭匠) 소개 페이지에 “우리나라 매듭이 중국과의 빈번한 교류로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기술했다. 이는 1968년 국가 무형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그 독창성과 역사성을 인정받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스스로 폄훼하고, 동북공정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어처구니없는 설명은 박 의원실의 문제 제기가 있고 나서야 지난 1일에서야 삭제되었지만, 국가유산청은 해당 내용이 얼마나 오랫동안 노출되었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일한 문화유산 관리 실태를 여실히 드러냈다.국가기관의 공식적인 정보는 곧 그 나라의 입장을 대변한다. 아니나 다를까, 국가유산청의 이 잘못된 설명은 중국에게 한국 문화 왜곡을 위한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중국의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 등에서는 이미 2021년부터 “한국 매듭은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담긴 게시물이 퍼져나가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국가유산청 홈페이지 화면을 캡처해 “한국 정부가 매듭의 중국 기원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악용했다. 실제로 2021년 1월 작성된 한 중국어 기사는 국가유산청 홈페이지를 직접 인용하며 “한국 매듭은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 기관이 스스로 제공한 근거를 토대로 중국이 자국의 문화 패권주의를 정당화하고 있는 기막힌 상황이 수년간 방치되어 온 것이다.문제는 이러한 문화유산 왜곡 시도가 비단 매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유산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아리랑, 가야금, 농악, 김장 등 무려 20개에 달하는 한국의 무형유산을 자국 문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중 8개는 아직 한국의 국가유산으로 지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이며, 심지어 6개는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자국의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가 우리 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는 사이, 중국은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한국 문화의 원조를 주장하며 ‘문화 동북공정’을 노골적으로 펼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역설적으로 우리 문화유산이 타국의 것으로 왜곡되고 침탈당할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국가유산청의 안일한 대응은 이러한 문화 전쟁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박수현 의원은 “K-콘텐츠가 세계를 선도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한국 문화유산이 타국의 것으로 왜곡되는 문화 침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으로는 안 되며, 문화 왜곡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전담 조직 설치와 실효성 있는 대응 매뉴얼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국가 차원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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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이 미술관에? 성신여대생 150명이 단체로 '사고' 쳤다성신여자대학교의 캠퍼스가 150여 명의 청춘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예술적 에너지로 가득 찼다. 성신여대박물관은 지난 22일,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운정그린캠퍼스 성신미술관에서 학생과 교직원이 공동으로 참여한 아주 특별한 전시, '가리사니: 성신에서 마주한 통찰의 실마리'의 막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의 나열을 넘어, 대학 구성원 모두가 창작의 주체가 되어 각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통찰의 순간'들을 한데 모아 공유한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 전시의 제목인 '가리사니'는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분별력 또는 실마리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기획 의도를 담고 있다.이번 전시는 두 개의 큰 줄기가 하나로 합쳐져 풍성한 숲을 이룬다. 그 첫 번째는 성신여대의 실력파 전시 동아리 '스튜디오 오버 파워(Studio Over Power)' 소속 작가들이 선보이는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꾸준히 갈고닦아 온 그들만의 독창적인 시각과 표현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젊은 예술가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또 다른 한 축은 성신여대박물관이 야심 차게 진행한 참여형 프로젝트 '다 같이 그려라! 성신 캔버스 아카이빙'의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물론 교직원까지, 총 150명에 달하는 성신 구성원들이 각자의 캔버스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냈고, 이 150개의 캔버스가 한 공간에 모여 거대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장관을 연출한다.전시의 시작을 알린 지난 22일 개막식 현장은 이번 행사가 지닌 특별한 의미를 더욱 빛냈다. 임상빈 성신여대 박물관장과 이성근 총장을 비롯하여 전홍주 교육혁신원장, 김정연 서양화과 학과장 등 학교의 주요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바다 건너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 와얀 아드냐나 발리예술대학 총장 부부와 김수지 한국외대 교수 등 외부 인사들까지 참석하여, 학생 작가들의 첫걸음을 따뜻한 격려와 함께 축하했다. 이들은 전시장을 가득 메운 작품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풋풋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학생들의 예술적 통찰에 깊은 관심을 표하며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더 많은 이들과 창작의 기쁨을 나누고자 기획된 이번 특별전은 오는 19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깊어가는 가을, 잠시 시간을 내어 젊은 지성들이 포착한 다채로운 '통찰의 실마리'들을 마주하며 일상 속 새로운 영감을 얻어 가기에 충분하다. 150개의 시선이 모여 완성한 하나의 거대한 하모니 속에서, 관람객들은 저마다의 '가리사니'를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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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웨딩플래너가? 상상초월 K-창작극, 연말에 전부 쏟아진다2025년 연말, 한국 공연계가 독창적인 이야기들로 풍성하게 채워진다. 세계 무대에서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안방극장에서는 우리 고유의 정서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창작 초연작들이 연이어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한국인의 정서를 깊이 파고드는 오페라부터 시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뮤지컬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관객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국립오페라단부터 서울예술단, 대형 뮤지컬 제작사까지 가세하여 저마다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들을 선보이는 만큼, 올 연말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창작 에너지로 가득할 전망이다.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섬세한 선율로 그려내는 작품들이 먼저 눈에 띈다. 국립오페라단은 6·25 전쟁 직전의 비극적 시대상을 여성들의 삶을 통해 조명하는 창작오페라 '화전가'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꿋꿋하게 서로를 보듬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데뷔 30주년을 맞은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이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을 이끈다. 성남문화재단 역시 '누가누가 잠자나' 등 주옥같은 동요를 남긴 박태현 작곡가의 음악을 바탕으로 창작오페라 '바람의 노래'를 선보이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예고한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정서와 선율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그런가 하면, 고전과 설화에 대담한 상상력을 덧입혀 완전히 새로운 영웅 서사를 창조해내는 시도도 활발하다. 서울예술단은 실존 인물 '전우치'를 K-슈퍼히어로로 재탄생시킨 창작가무극 '전우치'를 선보인다. 부패한 권력을 응징하고 백성을 구하는 전우치의 도술과 환술을 표현하기 위해 세계적인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매지컬 씬 디렉터'로 참여, 지금껏 본 적 없는 화려하고 신비로운 무대를 약속한다. 그룹 하이라이트의 손동운이 주역으로 합류해 기대를 더한다. 서울예술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선 시대에도 웨딩플래너가 있었다면?"이라는 기발한 발상에서 출발한 창작가무극 '청사초롱 불 밝혀라'까지 연이어 공개하며 창작극의 명가다운 행보를 이어간다.시공간을 초월하는 파격적인 상상력의 정점은 EMK컴퍼니의 열 번째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가 찍는다. 이 작품은 화가 루벤스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신분적 한계를 느끼고 유럽으로 건너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났다"는 대담한 설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현대와 과거, 조선과 유럽을 넘나드는 방대한 서사 속에서 박은태, 전동석, 카이, 신성록, 이규형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1인 2역을 맡아 각기 다른 시대의 인물을 연기한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엮어낸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지적 유희와 장르적 쾌감을 동시에 안겨주며 올 연말 공연계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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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미쳐버린 '눈 근접샷'의 정체는?MZ세대 사이에서 눈썹 바로 위, 속눈썹과 홍채를 또렷이 담는 '눈 근접 샷', 즉 'MZ샷'이 새로운 밈(meme)으로 급부상한다. 카메라를 코앞에 대 인형처럼 커다란 눈을 강조하는 이 사진은 "눈이 커 보인다", "인형 같다"는 후기와 함께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진다.'MZ샷'은 단순히 예쁜 사진을 찍는 것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밈으로 소비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각종 SNS에는 "MZ샷 잘 찍는 법", "망한 MZ샷 모음" 같은 영상들이 잇따라 올라온다. 특히 "썸남썸녀 꼬실 수 있는 요즘 MZ샷 찍는 법", "썸녀랑 잘된다는 인형 눈 사진" 등 연애 전략처럼 활용되는 영상들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그 인기를 입증한다. 유튜버 '투데이뷰티팁'의 "눈 2배 샷 찍는 법" 영상은 97만 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관련 영상들은 100만 회에서 1000만 회를 넘나들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다. 카메라를 코앞에 대고 눈을 살짝 치켜뜨는 방식은 '인형 눈 효과'를 극대화하는 핵심 비법으로 공유된다.'MZ샷'의 매력은 완벽한 성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직접 따라 찍은 사람들의 후기에는 "예쁘게 찍히기 어렵다", "여러 번 시도해도 실패한다"는 반응이 많지만, 이들은 실패한 사진조차 유쾌하게 공유하며 즐거움을 찾는다.이처럼 색다른 시선과 구도로 사진을 찍는 시도는 MZ세대 사이에서 꾸준히 유행을 만들어왔다. 과거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던 '항공샷'이 대표적이다. 카메라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며 찍는 '하이앵글 셀카'인 항공샷은 인스타그램에서 9만 건이 넘는 해시태그를 기록하며 패션 피드를 넘어 하나의 촬영 문화로 자리 잡았다. 천장 카메라를 이용해 독특한 구도를 연출하는 셀프 스튜디오 '돈룩업(Don’t Look Up)'은 '항공샷 맛집'으로 불리며 20~30대의 인증 성지가 되기도 한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MZ세대의 자기 연출 감각이 예술적 표현으로 발전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평범한 셀카보다 새로운 시선이 담긴 구도를 선호하며, 자신만의 개성과 관점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MZ세대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하나의 콘텐츠이자 놀이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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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그맨+배우 인생 총망라했다"…정성화가 '인생작'이라 부른 뮤지컬의 정체2022년 국내 초연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다시 한번 무대에 올랐다. 작품은 철부지 아빠 '다니엘'이 이혼 후 아이들의 곁을 맴돌기 위해 푸근한 할머니 보모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신하여 벌이는 유쾌하고도 가슴 뭉클한 이중생활을 그린다. 이번 시즌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황정민, 정성화, 정상훈이 주인공 '다니엘' 역에 트리플 캐스팅되어 각기 다른 매력의 '다웃파이어'를 선보인다. 특히 10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황정민의 합류는 개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으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작품은 단순히 웃음만을 선사하는 코미디를 넘어, 세 주연 배우에게도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계기가 되고 있다. 21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세 배우는 입을 모아 "가족을 많이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하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정상훈은 '다니엘'이 '다웃파이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이상적인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연기하며 아내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을 배우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극 중 아내 '미란다'에게 진심을 전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아내에게 잘못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더욱 진실되게 연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성화 역시 해당 장면의 긴 대사를 읊을 때마다 "이렇게 사과하면 다 풀리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내에게 사과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배우들은 초연보다 한층 깊어진 감정선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정성화는 초연 당시 코미디와 유머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오죽했으면 할머니로 변신해 가족에게 돌아갔을까'라는 인물의 절박함과 인과관계에 더욱 집중했다고 밝혔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아빠다운 모습을 더 깊이 연구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황정민 또한 추석 연휴 동안 3대 가족이 함께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배우로서 큰 행복을 느꼈다며, 관객들이 잠시나마 자신이 영화배우라는 사실을 잊고 뮤지컬 배우 황정민으로 바라봐 주는 것 같아 짜릿하다고 전했다. 커튼콜에서 쏟아지는 관객들의 박수와 에너지가 바로 이 맛에 공연하는 이유라고 덧붙이며 작품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배우들의 열연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볼거리로도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주인공이 '다니엘'과 '다웃파이어'를 오가며 선보이는 20여 번의 숨 가쁜 퀵체인지는 극의 속도감을 더하는 핵심 요소다. 여기에 브레이크 댄스, 탭댄스, 랩 등 장르를 넘나드는 퍼포먼스가 결합되어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정성화가 "내 개그맨 시절의 코미디 감각부터 춤, 진중한 연기까지 모든 것을 총망라한 공연"이라고 자부할 만큼,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배우들의 모든 역량이 집약된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가족의 사랑과 소통의 중요성을 유쾌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오는 12월 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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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명 숨죽인 2시간…故 이건희 추모식에서 울려 퍼진 ‘부활’의 의미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5주기를 기리는 추모음악회가 지난 20일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고인의 별세를 기리는 단순한 추모식을 넘어, 생전 “문화는 국가의 품격”이라 강조하며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역설했던 그의 깊은 철학을 음악이라는 언어로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됐다. ‘예술의 힘으로 기억하는 사람’이라는 주제 아래, 고인이 남긴 예술에 대한 신념과 삶의 궤적을 조용하지만 묵직한 울림으로 풀어내며 참석자들의 가슴에 깊은 잔향을 남겼다. 화려한 의전이나 형식적인 추도사 없이 오직 음악의 힘으로 고인의 정신을 기리는 새로운 방식의 추모는, 그가 한국 사회에 남긴 유산이 비단 경제적 성취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음악회의 포문은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첼리스트 한재민의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연주로 열렸다. 두 젊은 거장이 빚어내는 섬세하고도 깊이 있는 선율은 인간 내면의 고독과 예술이 주는 순수한 위로를 그려내며 공연장의 공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어 무대에 오른 미국 LA 필하모닉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하며 음악회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장엄하고 압도적인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생명과 예술을 통한 정신의 부활이라는 주제를 웅장하게 펼쳐 보였다. 이는 단순한 음악 연주를 넘어,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던 리더이자 동시에 예술을 통해 인간의 영혼을 고양시키고자 했던 고인의 삶을 음악적으로 재해석한 헌사와도 같았다.이날 콘서트홀에는 유족을 비롯해 인근 지역 주민, 예술 전공 학생, 지역 문화단체 관계자 등 약 900명의 다양한 이들이 객석을 채웠다. 참석자들은 기업 총수를 기리는 엄숙한 자리가 아닌, 한 명의 진정한 예술 애호가를 추억하고 그의 철학을 공유하는 특별한 시간을 함께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문화계 관계자는 “기업 주관 행사라는 느낌보다는,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한 사람에게 바치는 진정성 있는 헌정 무대였다”고 소감을 밝히며, 이날 공연이 가진 남다른 의미를 강조했다. 이는 고인이 평생에 걸쳐 보여준 문화 예술에 대한 애정과 지원이 어떻게 사회적 공감대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공연이 막을 내린 후에도 관객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긴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 박수에는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 예술을 통해 세상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들고자 했던 한 인간에 대한 존경과 그의 신념에 대한 깊은 공감이 담겨 있었다. “예술은 인간을 위로하고, 사회를 품격 있게 만든다”는 고인의 메시지는 이날 연주된 음악처럼 공연장 가득 울려 퍼지며, 그가 남긴 철학이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깊은 영감을 줄 것임을 예고했다. 결국 이번 음악회는 한 사람을 기억하는 가장 아름답고 품격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인상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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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어떻게 성폭력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가…무대 위에서 던져진 날카로운 질문연극 '프리마 파시'는 한 명의 배우가 2시간 동안 무대를 이끌어가는 1인극이라는 형식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훨씬 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성폭력 사건 전문 변호사로 늘 승소만을 거듭하며 자신감에 차 있던 여성 ‘테사’의 삶을 따라간다. 법정이라는 전쟁터에서 증인을 교묘하게 압박하고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어 승리를 쟁취하는 것을 경주마의 질주에 비유하던 그녀는, 어느 날 동료 변호사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자신이 쌓아 올린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가해자를 변호하던 유능한 변호사에서 피해자의 자리에 서게 된 주인공을 통해 연극은 과연 법이 진정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지, 혹은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가해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날카롭게 파고든다.배우 김신록은 주인공 테사를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에 비유하며 캐릭터의 극적인 변화를 설명한다. 1막의 테사는 오직 승리라는 결승선만을 향해 질주하는, 혈통 좋은 경주마와 같다. 그녀에게 법은 이기기 위한 게임의 규칙이었고, 진실보다는 논리적 우위가 중요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피해자가 된 순간, 그녀는 자신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눈가리개의 존재를 비로소 인식한다. 자신이 승리를 위해 휘두르던 법이라는 칼날이 정작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에게 얼마나 비정하고 폭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굳게 믿었던 세계관이 산산조각 나는 경험은 테사를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만들며, 극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꾼다.이러한 인물의 극단적인 변화를 연기하는 것은 배우에게도 엄청난 도전이다. 김신록은 성폭력 사건을 기점으로 1막과 2막이 나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1막이 이성과 논리, 언어의 세계라면, 2막은 그 모든 것이 무너진 감각과 신체의 영역이다. 그녀는 성폭력 이후 테사의 고통을 관객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을 넘어, 그 참담한 심정을 함께 체험하고 공감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힌다. 언어와 이성으로는 도저히 붙잡을 수 없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는 혼돈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언어에 담기지 않는 감각들을 몸짓과 호흡으로 무대 위에 쏟아낸다.결국 테사는 무너진 세계 위에서 새로운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김신록은 2막의 테사를 더 이상 경주마가 아닌, 이제 막 걷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망아지’에 빗댄다. 이는 법이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 아니며, 인생이 결승선을 향한 경주가 아님을 깨달은 테사의 성장을 상징한다. 연극은 테사의 마지막 절규를 통해 단순히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성폭력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현재의 법 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막을 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