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원→인간' 틀렸다..신간 '케이브 오브 본즈'
역사가 직선적인 진보의 길을 걷는다는 믿음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과거 세계 여러 나라의 교과서에 실렸던 ‘진보의 행진’(The March of Progress)이라는 그림이 대표적이다. 이 그림은 유인원에서 시작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현생 인류인 크로마뇽인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마치 한 줄로 진화해온 것처럼 묘사했다. 하지만 이러한 서사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독일 철학자 헤겔이 지적했듯이, 역사는 단순히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굴곡을 거치며 때로는 후퇴와 복잡한 경로를 반복한다.세계적인 고고학자 리 버거는 최근 출간한 저서 『케이브 오브 본즈』(Cave of Bones)에서 이 같은 기존의 진화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우리는 일직선으로 진화하지 않았다"고 단언하며, 인류의 진화는 한 갈래로 이어지는 직선이 아니라, 여러 종이 분기하고 사라지는 복잡한 ‘계통수’ 형태라고 설명한다. 계통수는 생물의 진화적 관계를 나뭇가지처럼 표현한 도식으로, 인류의 진화도 이와 같이 다양한 갈래와 교차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생물학적 친척인 침팬지와 보노보는 약 600만~800만 년 전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졌고, 이후 인류의 조상들도 수많은 갈래로 분화했다. 호모속(Genus Homo)에 속하는 다양한 조상 종들은 약 300만 년 동안 등장과 소멸을 반복했으며, 그 가운데 20만 년 전 드디어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 시기에 오직 사피엔스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리 버거는 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라이징스타 동굴'에서 '호모 날레디'(Homo naledi)라는 새로운 인류 화석을 발견했다. 이들은 약 20만\~30만 년 전에 살았으며, 현생 인류와 같은 시기에 지구상에 존재했다. 더욱이 단순히 같은 시기에 존재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호모 날레디는 사피엔스와 놀라운 유사점을 가지고 있었다. 뇌 용량은 침팬지보다 약간 큰 수준에 그쳤지만, 체형은 사피엔스와 흡사했고, 도구를 사용하며 불을 다루고 난로까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매장 문화도 존재했던 흔적이 발견됐다.이는 기존의 ‘진화=두뇌 용량의 증가’라는 인식에 강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복잡한 문화적 행동은 반드시 큰 뇌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호모 날레디의 존재는 2020년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이 선정한 ‘10년간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 상위 10위 안에 포함되기도 했다. 인류 진화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이유다.리 버거는 “호모 날레디의 문화적 성장은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인류가 어떻게 ‘인간다움’을 갖추게 되었는지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며, “날레디와 사피엔스가 공존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가 발견한 화석의 연대가 현생 인류가 출현한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결국 인류의 역사는 단순한 직선이 아닌, 다양한 가지들이 얽히고설킨 복합적인 계통의 연속이다. 여러 갈래로 퍼졌다가 사라진 인류의 흔적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란 존재의 본질과 기원을 다시금 되짚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인류는 일직선의 정답을 따라 진화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험과 실패, 그리고 공존의 흔적 위에서 ‘현생 인류’라는 갈래에 도달한 것이다. 과학이 밝혀낸 이 흥미로운 여정은, 인류가 걸어온 길이 단순한 진보가 아닌 복잡한 여정임을 일깨워준다.
- "한국에 이런 발레단이?'..세계 거장도 반한 서울시발레단
서울시발레단이 창단 1주년을 맞아 오는 8월 기념 공연과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며 대중과의 본격적인 소통에 나선다. 지난해 출범한 서울시발레단은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으로, 클래식 중심의 국내 발레계에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1주년 기념 공연은 오는 8월 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며, ‘더블빌(Double Bill)’ 형식으로 구성된다. ‘더블빌’은 하나의 무대에서 두 개의 안무작을 연속으로 선보이는 방식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유회웅 안무가의 ‘노 모어(No More)’와 네덜란드 현대발레의 거장 한스 판 마넨(Hans van Manen)의 대표작 ‘5 탱고스(5 Tango’s)’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노 모어’는 지난해 서울시발레단의 창단 사전공연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이번 무대를 위해 재정비되었다. 현대 사회의 무기력과 불안, 좌절 등 부정적인 감정을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해소하고, 희망과 내일을 향한 메시지로 전환하는 안무가 특징이다. 발레단 측은 무용수 구성과 안무의 밀도를 높여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현실과 꿈이 교차하는 새로운 장면이 추가돼 무대의 서사성을 강화했다. 이어지는 ‘5 탱고스’는 1977년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아르헨티나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탱고 누에보’ 전곡에서 영감을 받은 안무다. 정제된 발레의 언어와 열정적인 탱고 리듬이 교차하는 이 작품은 시간과 국경을 초월한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네덜란드국립발레단, 마린스키 발레단, 취리히 발레단,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등 세계 유수의 단체에서도 정기적으로 공연되는 대표 레퍼토리다. 이번 무대에는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한국인 수석무용수 최영규가 참여해 작품의 예술적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서울시발레단은 공연 외에도 일반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부대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발레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이름의 체험형 프로젝트는 8월 한 달 동안 세종문화회관 노들섬 리허설 스튜디오와 온라인에서 운영된다. 무용수, 전공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실기 참여 수업과 함께 관객과 소통하는 발레 토크 프로그램, 그리고 발레단의 지난 1년을 정리하는 아카이빙 전시가 함께 진행될 계획이다.서울시발레단은 최근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Ohad Naharin)과 스웨덴의 요한 잉거(Johan Inger) 등 국제적 명성의 현대 안무가들의 라이선스를 확보하며 창작 기반의 현대 발레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클래식 중심으로 치우쳐 있는 국내 발레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지난해 창단 이후 서울시발레단은 올해 5월까지 총 다섯 차례의 공연에서 아홉 편의 작품을 27회 무대에 올렸으며, 누적 관객 수는 약 1만5000명에 달한다. 평균 객석 점유율도 83%를 기록하며, 새롭게 출범한 컨템퍼러리 발레단으로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발레단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담은 창작 레퍼토리 개발과 컨템퍼러리 발레 저변 확대를 목표로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 제작자가 '완성 불가능' 선언했던 '죠스', 50년간 할리우드를 지배한 공식이 되다
27살의 젊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세 번째 장편영화 촬영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바다 로케이션을 고집한 그의 결정은 촬영 일정 지연과 예산 초과로 이어졌고, 제작자로부터 "완성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냉정한 평가까지 받았다. 절망에 빠진 그는 엄마에게 전화해 "더는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하지만 그로부터 1년 후인 1975년 6월, 이 영화는 할리우드 역사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블록버스터'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스필버그의 '죠스'는 개봉 50주년을 맞아 전 세계에서 재개봉되며, 한국에서도 8월 초 롯데시네마에서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죠스 앳 50'은 이 영화의 제작 비화와 역사적 의미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제임스 캐머런, 기예르모 델 토로, 쿠엔틴 타란티노, 조던 필 등 현재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감독들이 총출동해 '죠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극장에서 31번 봤다", "9살 어린이의 인생을 바꾼 영화다", "완벽한 영화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데, '죠스' 정도가 완벽한 영화일 것"이라는 그들의 증언은 이 영화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스필버그는 두 번째 연출작 '슈가랜드 특급' 후반 작업 중 원작 소설 교정쇄를 보고 즉시 매료되었다고 회고한다. 당시 제작자는 이미 다른 감독을 물색 중이었으나,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하고 결국 스필버그에게 연락해 프로젝트를 맡겼다.1970년대 초, 조지 루커스, 프랜시스 코폴라, 마틴 스코세이지 등 젊은 영화인들이 미국 영화의 '뉴웨이브'를 이끌던 시기에 스필버그도 관행을 거부하고 실제 바다에서의 촬영을 고집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제작진에게 악몽 같은 경험을 안겨주었다.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채 현장에 투입된 상어 모형은 대부분 작동하지 않았고, 촬영은 연일 차질을 빚었다.역설적으로 이런 기술적 제약이 영화의 강점으로 작용했다. 스필버그는 상어를 직접 보여주지 않고도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영화 초반 한 여성이 바다에서 공격받는 장면에서 상어는 전혀 등장하지 않지만,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더 큰 긴장감을 조성했다. 스필버그는 이를 "히치콕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고 설명했다.'죠스'는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도 담고 있다. 원작 소설은 피델 카스트로가 "자본주의의 부패를 훌륭하게 비유한 소설"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깊은 함의를 지녔다. 영화에서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해변 폐쇄 결정을 무시하는 지역 정치인의 모습을 통해 부패한 정치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아냈다.'죠스'는 개봉 당시 단순한 팝콘무비로 소비되기 시작했지만, 베트남전쟁과 워터게이트 사건 등 당시 미국 사회의 정치적 격동과 맞물리며 점차 사회문화적 텍스트로 자리 잡았다. 관객을 사로잡는 충격적 재미, 혁신적인 영화 기법, 깊이 있는 주제의식까지 갖춘 '죠스'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화사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 웃음과 눈물로 꽉 채운 ‘밀양 초청작’ 베스트
제25회 밀양공연예술축제에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연극 두 편, '보물찾기'와 '운빨로맨스'가 오는 8월 밀양 아리나 천막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축제 측은 이 두 작품을 통해 무더운 여름밤,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을 동시에 선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먼저 8월 2일(토) 오후 8시에 무대에 오르는 연극 '보물찾기'는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휴먼 코미디다.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모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잊고 지내던 소중한 감정과 추억을 다시 되짚게 만든다. 겉으로는 다투고 멀어진 듯 보이지만, 서로를 향한 애정과 이해가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은 관객에게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특히 각자의 상처와 오해를 안고 있던 인물들이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다시 하나로 모여드는 장면은, 단순한 가족극을 넘어 인간 관계의 본질을 되짚게 한다. 배우 이준혁, 문민경, 박한솔, 차용환, 허예슬이 출연하는 이번 무대는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로 극의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 장면 한 장면마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감정의 깊이가 돋보이며, '진짜 보물'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메시지는 모든 세대에게 울림을 전할 것이다.이어 8월 4일(월) 오후 8시에 공연되는 '운빨로맨스'는 말 그대로 운명과 사랑이 얽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다. 작품은 불운의 연속인 삶을 살아가던 여주인공이, 우연히 만나게 된 남자와의 '운빨 가득한' 사건을 겪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전혀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변화하고, 사랑을 알아가며 점차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빠른 템포로 전개된다.이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캐릭터의 개성과 대사의 위트다. 관객은 속사포처럼 주고받는 유쾌한 대화 속에서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특히 현대 사회의 연애와 인간관계를 반영한 요소들은 젊은 관객층의 호응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주재환, 전수희, 이건희, 배혜수 배우가 함께 무대를 이끌며, 생동감 넘치는 연기로 '운명'을 믿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자극할 예정이다.밀양공연예술축제 관계자는 “두 작품 모두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무장한 수작이며,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아리나 천막극장 특유의 친밀한 공간은 배우와 관객 간의 거리감을 좁혀, 몰입도 높은 공연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올해로 25회를 맞이한 밀양공연예술축제는 전국 각지의 우수 공연을 초청해 다채로운 장르의 예술작품을 선보이며, 지역 문화예술의 확산과 관객들의 문화 향유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보물찾기'와 '운빨로맨스'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예매 및 공연 정보는 밀양공연예술축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AI가 절대 못할 것들...‘삐뚤빼뚤 바느질’이 주는 위로
AI 기술이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미지 생성과 창작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시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작품이 여전히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를 묻는 작가가 있다. 천과 실, 바느질이라는 오래된 매체로 시간과 기억, 감정과 치유를 엮어내는 작가 정민제는 디지털 시대의 속도와 완벽성에 정면으로 맞서며, 손의 흔적이 남은 작업을 통해 진짜 예술의 온기를 전한다.정민제는 자신의 작품을 ‘시간의 레이어링’이라 부른다. 과거의 기억을 담은 오래된 천에 새로운 실로 스티치를 더해 현재의 감각을 덧입히는 작업은, 마치 벽지를 한 겹씩 뜯어가며 시간이 켜켜이 쌓인 집의 역사를 보는 것과 같다. 그는 어머니의 바느질하는 뒷모습, 이불에서 나는 냄새, 시장에서 사온 천 조각 같은 사적이고 일상적인 기억들을 재료 삼아 전시 공간으로 옮긴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는 누군가 입었던 옷, 집의 커튼, 버려진 이불보 같은 것들이 재활용되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의 창작 공간 역시 집 지하의 자투리 공간이다. 남은 천 조각, 자투리 실, 오래된 냄비와 깨진 그릇, 친구에게서 얻은 화초까지 일상의 물건들이 그의 작업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완벽하지 않은 환경과 재료지만, 오히려 이런 불완전함이 작품에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부여한다. 작업은 거창한 예술 행위가 아니라 집안일을 하듯 흘러가고, 그는 그 안에서 진짜 치유와 저항의 에너지를 끌어낸다.정민제의 바느질은 단순한 수공예를 넘어선다. 손이 떨려도, 감정에 따라 실의 방향이 바뀌어도 괜찮다. 이런 불완전함이야말로 디지털 이미지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인간적인 감각이다. 바느질은 반복적인 손동작을 통해 마치 명상처럼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그 위에 실수와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다. 찢어진 천이 다시 이어지고, 무가치하게 여겨졌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 그는 ‘치유의 시간’을 완성한다.그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는 단지 재료로서가 아니라 정서의 상징이기도 하다. 수세미에 새겨진 짧은 문장들, 알록달록한 천으로 만들어진 화초나 생활 오브제들은 일상의 무게를 견디는 여성들의 감정, 노동, 반복, 저항, 그리고 유머를 담고 있다. “괜찮다”, “고맙다” 같은 문장은 누군가에겐 큰 위로가 된다. 특히 집안일에 치이며 자투리 시간을 바느질로 채우는 여성들의 일상에서 그는 삶의 의지와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런 경험이 응축된 그의 작품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다.정민제는 삶을 예쁘게 꾸미려 하지 않는다. 대신 삶의 날것 그대로를 드러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다. AI가 만들어내는 빠르고 완벽한 이미지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의 느리고 불완전한 작업은 정반대의 울림을 준다. 손끝의 촉감, 오래된 천의 냄새, 그날의 감정이 담긴 실밥 하나하나가,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감각을 되살려낸다.‘말의 온도’, ‘사십춘기’, ‘시간과 기억의 레이어링’ 등 여러 전시를 통해 관객과 만나온 그는, 각 전시에서 소소하지만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반복되는 가사노동, 가벼운 농담, 다정한 위로가 수놓아진 그의 작품들은, 마치 오래된 이불처럼 누군가의 기억과 마음을 덮어주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한다.정민제의 작업은 결국 이렇게 말한다. 찢어진 것도 다시 꿰매면 괜찮다고, 버려졌던 것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그것이 바로 AI 시대에도 결코 사라져선 안 될 예술의 인간적인 가치이며, 손의 기억이 만들어내는 위로다.
- 그림 실력 없어도 웹툰 작가 될 수 있다? AI 웹툰 전시회의 충격적 실체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웹툰 작품들을 선보이는 특별 전시회가 오는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홍대 지역에 위치한 서울iT아카데미 1층 특별 전시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 분야의 최신 기술 트렌드를 반영한 창작물들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이번 전시회는 서울iT아카데미에서 운영하는 산업구조변화대응 특화훈련(산대특) 웹툰 교육 프로그램의 2회차 과정을 마친 수료생들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는 행사다. 산대특 프로그램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특화 교육과정으로, 특히 생성형 AI 기술이 웹툰 및 디지털 콘텐츠 제작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다.서울iT아카데미 측은 이번 전시회에 웹툰 제작사, 기획사, 플랫폼 관계자들을 특별히 초청하여 업계 전문가들과 수료생들이 직접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킹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자리를 통해 웹툰 제작사들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수료생들은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이번 전시회는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료생들 간의 교류를 통해 창작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iT아카데미는 이러한 네트워킹을 통해 개인 창작자들이 팀 단위 협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를 통해 수료생들의 진로 확장 가능성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줄 계획이다.생성형 AI 기술은 최근 웹툰 및 디지털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로, 배경 생성, 캐릭터 디자인, 스토리 구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창작자들의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표현 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러한 최신 기술을 활용한 웹툰 작품들이 어떤 창의적 결과물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서울iT아카데미의 이상헌 대표는 "이번 전시회가 단순한 작품 발표의 장을 넘어서, 교육 성과물이 실제 산업 현장과 연결되는 중요한 통로가 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또한 "수료생들이 전시회 기획부터 작품 완성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한 경험이 자신감과 자긍심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이번 전시회는 생성형 AI 기술이 웹툰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과 창작 방식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영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전시회 관람을 원하는 사람들은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홍대에 위치한 서울iT아카데미 1층 특별 전시관을 방문하면 된다. 관람료는 무료로, 웹툰과 디지털 콘텐츠에 관심 있는 일반 대중 누구나 방문하여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창작물을 감상할 수 있다.이번 전시회는 급변하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적용하는 창작자들의 노력과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로, 웹툰 산업의 미래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내한 첫 무대서 베토벤 ‘황제’로 심장 강타 예고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가 한국에서 첫 내한공연을 선보인다. 세계적인 클래식 경연대회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협력 오케스트라로 명성이 높은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는 오는 9월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이번 무대에서는 모차르트의 ‘티토 황제의 자비’ 서곡,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일명 ‘황제’), 그리고 브람스의 ‘교향곡 1번’ 등 명곡들이 연주된다.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는 벨기에 클래식 음악의 중심지인 ‘보자르 센터’의 상주 오케스트라로서,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상주 오케스트라 역할을 수행해 왔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손꼽히며,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는 콩쿠르 참가자들과 긴밀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공연의 지휘자는 2022년부터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는 안토니 헤르무스다. 그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는 유려한 연주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협연자로는 199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올라 4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나선다. 백혜선은 한국인 최초로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연주자로, 이번 내한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의 섬세하고 웅장한 해석을 선사할 예정이다.이번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는 안동예술의전당(9월 25일), 경기아트센터(26일), 공주문예회관(27일), 대구콘서트하우스(28일), 고양아람누리(30일) 등 전국 주요 공연장에서도 연이어 무대를 가진다. 각 지역의 클래식 애호가들은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와 연주자의 만남을 통해 깊이 있는 음악 감상의 기회를 맞이할 전망이다.이번 내한공연은 벨기에 클래식 음악의 정수를 한국 무대에 직접 전달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특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의 오랜 인연과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이라는 점에서 음악계의 기대가 크다. 공연기획사 라보라는 “한국 관객에게 유럽 클래식의 진수를 선보일 이번 공연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전통과 현대적 해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적인 지휘자와 피아니스트가 이끄는 무대에서 한국의 클래식 팬들은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등 거장들의 작품을 생생하게 경험하며 음악의 감동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의 내한은 클래식 음악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국내에 널리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 PC·모바일 화면 벗어나 미술관·공연장 점령한 게임들... MZ세대가 지갑 연다!
국내 게임사들이 자사의 대표 게임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전시회와 오케스트라 공연 등 오프라인 문화 행사를 적극 개최하며 게임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과거 게임 유저나 마니아층에 국한됐던 소규모 행사를 넘어 MZ세대, 중장년층, 가족 단위 관람객 등 일반 대중에게까지 어필하며 '게임=문화 콘텐츠'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중이다.스마일게이트는 최근 대표 MMORPG '로스트아크'의 세계관을 미디어아트전으로 선보였다. 게임 속 가상 대륙 '아크라시아'와 주요 캐릭터를 원화 일러스트, CG,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매체로 구현한 이 전시는 2주간 총 82회차로 진행됐는데, 이 중 30회차가 매진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기존 게임 팬덤을 넘어 미디어아트에 관심이 많은 일반 대중들도 대거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도 활발하다. 시프트업은 올해 초 '승리의 여신: 니케' 오케스트라 콘서트 '멜로디 오브 빅토리'를 일본과 한국에서 개최했다. 국내 공연은 4,400명이 몰리며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최근에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콘서트 실황을 공개하기도 했다.그라비티는 핵심 시장인 중남미를 직접 찾아 '라그나로크'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1,400석 규모로 개최했다. 약 2시간 동안 27곡의 게임 배경음악을 선보였는데, 특히 삼바, 보사노바, 탱고 등 남미풍 리듬으로 편곡해 현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넥슨은 '블루 아카이브' 출시 3.5주년을 맞아 오케스트라 전국 투어 공연을 진행 중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인천, 대구, 광주 등 전국을 순회하며 게임의 주요 스토리와 테마곡들을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선보이고 있다.네오위즈도 인기 게임 'P의 거짓'과 인디게임 '스컬', '산나비'의 음악을 활용한 IP 확장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국립국악원 게임 사운드 시리즈' 음반에 참여했으며, 올해 2월에는 'P의 거짓'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1,000석 규모로 성공적으로 마쳤다.게임사들이 이처럼 게임의 무대를 PC나 모바일 화면에서 오프라인 예술 공간으로 확장하는 이유는 IP 브랜드 가치 강화에 있다. 전시와 공연을 통해 기존 유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게임을 알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IP 기반 캐릭터 굿즈, 아트북, OST 앨범 판매 등으로 파생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대표 게임에 기반한 오프라인 행사로 대중에게 문화 콘텐츠 기업으로서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투자자나 파트너십 확보 등 대외적으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팬의 소속감과 로열티를 높여 유저 잔존율을 강화하고 실제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IP 브랜딩이 잘 확산될수록 신규 유저 유입에도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 황수미 첫 마티네 무대, 눈과 귀 모두 홀릭될 준비 완료
세계적인 소프라노 황수미가 본격적으로 마티네 콘서트의 사회자 겸 기획자로 나서면서, 그녀의 이름을 건 특별한 공연 시리즈 ‘황수미의 사운드 트랙’이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진다. 지난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수미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함께 신중한 고민 끝에 결정한 프로그램명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에는 ‘황수미의 주크박스’라는 제목도 고려했으나 ‘사운드 트랙’이라는 이름을 최종 선택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마티네 콘서트는 일반 클래식 공연과 달리 오전 11시에 시작해 70분 동안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며, 부담 없이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싶은 입문자 및 바쁜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형식이다. 특히 롯데콘서트홀이 롯데월드몰과 연결되어 있어 공연 전후 다양한 문화·쇼핑 활동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황수미는 “마티네 콘서트의 관객 대부분이 클래식 입문자들”이라며 “심오하거나 너무 현대적인 후기 낭만주의 음악은 피하고, 대중적으로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렸다”고 말했다.첫 번째 공연은 오는 9월 18일 ‘서정 가득하고 기품이 넘치는 가곡’을 주제로 한 무대로 꾸며진다. 황수미가 직접 선보이는 한국 가곡 윤학준의 ‘마중’과 ‘별’은 물론 로베르트 슈만의 ‘헌정’, 클라라 슈만의 ‘나는 어두운 꿈속에 서 있었네’ 등 낭만주의 가곡을 포함해 총 130여 점의 전통 가곡을 담아낸다. 여기에 테너 김우경과 피아니스트 안종도도 함께 무대에 오르는데, 황수미는 특히 김우경을 슈만 곡을 가장 잘 소화할 적임자로 꼽으며 직접 섭외했다.두 번째 공연은 10월 16일 ‘오페라-이야기와 감동이 살아 숨쉬는 무대’가 주제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를 전막이 아닌 재치 있게 각색한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선보인다. 황수미는 “다양한 아리아를 들려주는 갈라 콘서트 대신 한 작품을 재미있게 각색해 짜임새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번 무대에는 소프라노 이한나, 메조 소프라노 정세라, 테너 김효종, 바리톤 이동환, 베이스 김대영과 피아니스트 방은현이 동참해 풍성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마지막 11월 20일 공연은 ‘시네마’를 테마로 한다. 뮤지컬 ‘벤허’의 ‘기도’와 ‘운명’, 그리고 뮤지컬 ‘팬텀’의 ‘내 고향’이 황수미와 뮤지컬 배우 카이(정기열)의 협연으로 펼쳐진다. 황수미는 정기열과의 특별한 인연도 공개했다. 서울대 음대 재학 시절 성악에 대한 확신이 없던 시기에 뮤지컬 도전을 고민하며 정기열에게 조언을 구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정기열은 진지하게 상담해 주었고, 황수미는 뮤지컬 ‘대장금’ 오디션에도 도전했으나 연기 없이 노래만 부른 점이 아쉬워 탈락했다고 털어놨다.이번 3회 공연에 모두 출연하는 황수미는 “오전 11시는 성악가에게 꼭 편한 시간대는 아니지만, 공연 시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프로의 자세”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 오페라 무대에서 소화한 파미나(마술피리), 수잔나(피가로의 결혼), 돈나 안나(돈 조반니), 미카엘라(카르멘), 미미(라 보엠), 류(투란토트), 마르첼리나(피델리오) 등 다양한 역할들에 대해 “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고 돌아봤다.특히 푸치니 ‘나비부인’의 초초상 배역은 건강상의 이유로 고사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체력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해 거절했다”며 “목소리를 건강하게 오래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황수미는 앞으로도 맑고 건강한 목소리를 위해 철저한 자기 관리를 이어갈 계획임을 밝혔다.이번 ‘황수미의 사운드 트랙’ 마티네 콘서트는 클래식 입문자부터 기존 애호가까지 폭넓은 관객층을 겨냥해 구성되었으며, 황수미가 직접 기획과 진행을 맡아 음악과 이야기, 감동이 조화를 이루는 공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연은 롯데콘서트홀에서 9월 18일 첫 무대를 시작으로 10월 16일과 11월 20일에 이어진다. 바쁜 현대인들이 부담 없이 찾아 편안하게 클래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 당신의 넥타이 매는 방식이 '구시대적'인 이유... 럭셔리 브랜드가 경고한다
한때 남성 직장인의 필수품이었던 '셔츠+넥타이' 조합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문화가 확산되면서 점차 사라지는 추세였다. '노타이(no-tie) 패션'이 일상화되면서 격식을 갖춘 기업 외에는 넥타이를 맨 직장인을 보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최근 패션계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지난달 밀라노와 파리에서 개최된 '2026 봄·여름 남성패션위크'에서는 넥타이와 네커치프(목에 두르는 사각 천)가 주요 트렌드로 부상했다. 에르메스, 디올, 생로랑, 아르마니 등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들이 앞다투어 넥타이를 재해석한 스타일을 선보인 것이다.미국 뉴욕타임스는 올해 초 "젊은 층에서 사무직 직장인처럼 입는 '오피스 코어', '코프 코어(corp-core)'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셔츠와 타이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패션쇼는 이러한 예측이 적중했음을 보여주었다.특히 디올 쇼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새롭게 합류한 조너선 앤더슨이 넥타이를 유머러스하게 재해석해 주목받았다. 넥타이의 뒷면을 앞쪽으로 일부러 배치하는 등 사회 초년생들이 넥타이 매는 데 익숙지 않은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디자인을 선보였다.디자이너 준야 와타나베는 더욱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그의 쇼에서 모델들은 넥타이를 세 개씩 동시에 착용하고 등장했다. 마치 여러 넥타이 중 어떤 것이 어울릴지 고민하다가 모두 한꺼번에 착용한 듯한 스타일이었다.아미리 브랜드는 파자마풍 턱시도 재킷에 화려한 넥타이를 매치했다. 침실용 의상과 파티복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최근 국내에서도 가수 지드래곤이 아미리의 파자마풍 턱시도를 착용해 화제가 된 바 있다.생로랑은 또 다른 방식으로 넥타이를 재해석했다. 얇은 셔츠나 바람막이에 넥타이를 가슴팍 중간에 집어넣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는 직장인들이 업무 중 타이 끝이 책상이나 노트북에 닿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는 행동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술 한잔 후' 혹은 '회식 후 만취' 스타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에르메스와 아크네 같은 브랜드들은 넥타이 대신 네커치프로 포인트를 주었다. 실크나 리넨 같은 원단에 자연을 연상시키는 녹색, 갈색, 아이보리 등의 색상을 사용했다. 한여름에 스카프를 두르는 것이 의아할 수 있지만, 등산할 때 사용하는 짧은 목수건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패션지 보그는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벨트 대신 허리에 묶든, 앞뒤를 바꿔 매든, 여러 개를 한꺼번에 매든 전형을 벗어나 얼마든지 멋스럽게 넥타이를 재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딱딱한 회사 생활을 유머러스하게 즐겨보자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