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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만 잘된 게 아니다… 해외서 앉아서 벌어들인 '배당금'만 2조원 훌쩍9월 경상수지가 134억 7000만달러라는 기록적인 흑자를 내며 29개월 연속 흑자라는 대기록을 이어갔다. 이는 9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며,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흑자 행진이다. 이러한 호실적의 배경에는 반도체와 선박 수출의 견조한 흐름과 더불어, 누적된 대외 순자산에서 발생하는 배당 및 이자 소득이 크게 기여했다.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동시에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전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역대급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특히 수출과 수입이 함께 늘어나는 건강한 흑자 구조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은 더욱 의미가 깊다.이번 흑자 기조를 이끈 핵심 동력은 단연 상품수지였다. 상품수지는 142억 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역대 2위 수준에 올랐다. 반도체가 22.1% 급증하며 여전한 주력 품목임을 입증했고, 추석 연휴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승용차, 화공품, 기계류 등 비IT 품목의 수출까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9.6% 증가하며 두 달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주목할 점은 수입 역시 4.5% 늘었다는 사실이다. 국제유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 회복과 맞물려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이 크게 확대되면서, 과거의 '불황형 흑자'와는 질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물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서비스수지는 33억 2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전체 흑자 폭을 갉아먹었다. 여름 성수기가 지나며 여행수지 적자 폭은 다소 줄었지만, 원자재 수입에 쓰이는 벌크선 운임이 오르면서 운송수지가 5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계절적 요인이 사라지면서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 적자 폭도 다시 확대됐다. 반면, 본원소득수지는 29억 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상품수지와 함께 흑자 쌍끌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해 벌어들인 배당소득이 크게 늘어난 덕분으로, 한국 경제가 해외 자산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한국은행은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기존 전망치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10월에는 조업일수 감소로 잠시 주춤하겠지만, 11월부터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유가 안정 등에 힘입어 다시 양호한 흐름을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향후 우리 경제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투자가 관련 원부자재 수출 증가로 이어져 경상수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자칫 국내 제조업의 기반을 흔드는 '산업 공동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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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입에 닿는 인형이..." 라부부 짝퉁서 기준치 344배 '독성 가소제'최근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캐릭터 '라부부(Labubu)'의 짝퉁 제품에서 기준치를 수백 배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돼 소비자들의 충격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해외 직구와 SNS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유통되는 저가 제품들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당국이 대규모 할인 시즌을 앞두고 특별 단속에 나섰다.관세청은 최근 라부부 캐릭터의 인기에 편승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관련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무작위 검사를 실시했다. 특유의 괴기스러우면서도 귀여운 표정으로 MZ세대 사이에서 '인증샷' 열풍을 일으킨 라부부는 희소성까지 더해지며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그러나 관세청이 시중에 유통되는 라부부 열쇠고리 5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 이 중 2개 제품이 정품이 아닌 '짝퉁'으로 확인됐다.더 심각한 문제는 이 짝퉁 제품에서 검출된 유해 물질의 수치였다. 해당 제품에서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사용되는 화학물질인 가소제(프탈레이트계)가 국내 안전 기준치의 무려 344배나 검출됐다. 가소제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의 성장 발달을 저해하고 생식 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로 분류된다.박시원 관세청 수출입안전검사과장은 "진품은 비교적 단단한 감촉인 반면, 가품은 말랑말랑한 경우가 많다"며 "이는 짝퉁 제조 업체들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저렴한 PVC 소재를 사용하고, 이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다량의 가소제를 첨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소비자들이 느끼는 저가 제품의 '말랑한' 감촉이 곧 유해 물질의 위험 신호일 수 있다는 경고다.문제는 라부부 짝퉁에 국한되지 않았다. 관세청은 SNS 라이브커머스 등을 통해 판매되는 금속 장신구 42점에 대해서도 추가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제품에서 중금속인 납과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특히 한 팔찌에서는 납이 안전 기준치의 5,500배를 넘는 수치로 검출됐다. 납은 피부 접촉을 통해 체내에 흡수될 경우 빈혈, 신경계 손상 등을 유발하며, 카드뮴 역시 신장과 폐에 치명적인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 물질이다. 저렴한 가격과 트렌디한 디자인을 앞세워 판매되는 해외 직구 장신구들이 사실상 '독성 물질 덩어리'였던 셈이다.이러한 가품과 유해 제품들은 주로 중국에서 제조되어 해외 직구 형태로 국내에 유입되고 있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60만 점이 넘는 가짜 제품이 적발됐다. 이는 해외 직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유해 물품의 반입 경로가 다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관세청은 다가오는 중국 광군제(光棍節) 등 대규모 할인 행사를 계기로 가짜 제품의 국내 반입이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연말까지 해외 직구 물품에 대한 특별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전문가들은 "저렴한 가격에 현혹되어 해외 직구 플랫폼이나 검증되지 않은 SNS 채널에서 제품을 구매할 경우, 디자인 모방을 넘어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 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높다"며 "공식 수입 경로를 거치지 않은 제품은 구매를 자제하고, 특히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은 더욱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라부부 짝퉁 사태는 의류, 완구, 장신구 등 해외 직구 전반에 걸쳐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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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들 드신 '2만3천원짜리 세트' 나왔다"…'그 자리' 앉으려 오픈런 행렬엔비디아의 젠슨 황, 삼성전자의 이재용,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세 거물이 함께한 '치맥 회동'이 한 치킨 프랜차이즈의 운명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화제의 중심에 선 깐부치킨은 이들의 만남을 기념하는 '인공지능(AI) 깐부 세트'를 공식 출시하며 신드롬에 화답했다. 2만 3천 원에 책정된 이 세트는 크리스피 순살치킨, 바삭한 식스팩, 치즈스틱으로 구성되었으며, 세 사람이 실제 회동을 가졌던 서울 삼성동 매장의 메뉴를 그대로 재현했다. 깐부치킨은 이번 세트 출시가 단순히 화제성을 이용한 마케팅을 넘어, 고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를 증명하듯, 회사는 'AI 깐부 세트' 판매 수익의 10%를 기부하겠다는 뜻깊은 약속도 함께 전했다.세 거물의 깜짝 만남이 알려지자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 '깐부치킨'은 배달 앱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깐부치킨 1호점인 용인 성복점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임시 휴업에 들어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실제 회동 장소였던 삼성점은 그야말로 '성지'가 되었다. 세 사람이 앉았던 바로 그 자리에 앉아 '좋은 기운'을 받고 싶다는 손님들이 매일 아침 가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오픈런' 행렬을 만들었고, 결국 매장 측은 해당 테이블의 이용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이처럼 전례 없는 관심은 특정 매장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되며 깐부치킨의 브랜드 인지도를 단숨에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이러한 '깐부치킨 현상'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실제적인 경영 지표의 급등으로 이어졌다. 전국 가맹점에서는 일시 품절 사태가 빚어질 정도로 매출이 폭증했으며, 급기야 본사에서는 폭주하는 수요에 닭고기 수급이 어려워지자 일부 직영점의 영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브랜드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자 예비 창업자들의 가맹 문의 또한 빗발쳤다. 하지만 깐부치킨 본사는 이러한 황금 같은 기회 앞에서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당장의 이익을 좇아 무리하게 가맹점을 늘리기보다는, 일시적으로 신규 가맹 상담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 가맹점주들이 늘어난 수요에 원활히 대응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성공에 취하기보다 브랜드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책임감 있는 태도로 평가받고 있다.사실 깐부치킨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62개 매장을 운영하며 BBQ(2387곳), bhc(2230곳)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브랜드였다. 그러나 이번 '세기의 치맥 회동'은 그 어떤 대규모 마케팅으로도 이루기 힘든 폭발적인 인지도 상승을 가져다주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을 통해 세계적인 유행어가 된 '깐부'라는 이름처럼, 친구를 의미하는 브랜드명과 세 총수의 우정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낸 시너지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깐부치킨은 이번 기회를 통해 얻은 대중의 사랑을 '회장님 입맛 그대로의 메뉴'와 '따뜻한 나눔'으로 보답하며, 예기치 않게 찾아온 행운을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현명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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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가 없어요”…일자리 절벽에 내몰려 ‘쉼’을 선택한 청년들의 충격적인 속내우리 사회의 고용 활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답한 인구가 통계 작성 이래 8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이처럼 사실상 구직을 단념한 상태에 놓인 ‘쉬었음’ 인구는 264만 1천 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만 3천 명이나 급증한 수치로, 심각해지는 고용 시장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622만 명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고, 15세 이상 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 비중 자체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35.4%를 기록했지만, 그 내부 구성에서 ‘쉬었음’ 인구의 이례적인 팽창은 질적으로 좋지 않은 신호로 해석된다.특히 미래 세대인 청년층의 좌절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연령대에서 ‘쉬었음’의 주된 이유로 ‘몸이 좋지 않아서(34.9%)’가 가장 많이 꼽힌 것과 달리, 15~29세 청년층에서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34.1%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일자리가 없어서(9.9%)’라는 답변까지 더하면, 청년층 ‘쉬었음’ 인구의 44%가 일자리 문제로 인해 노동 시장 진입을 포기하거나 유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청년들이 마주한 고용 한파가 얼마나 거센지를 방증한다. 괜찮은 일자리를 향한 청년들의 눈높이와 실제 노동 시장의 미스매치가 심화되면서, 아예 구직 활동 자체를 멈추고 무기력하게 ‘쉼’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구직 포기 현상과 더불어,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자영업 생태계 역시 붕괴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발표된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없는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를 모두 포함한 비임금근로자는 지난해보다 10만 3천 명이나 급감한 655만 4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역대 최저치에 해당하는 충격적인 수치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5천 명, 고용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님’은 6만 5천 명이나 줄어들면서, 경기 침체와 고금리, 원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시사한다.결론적으로 우리 경제는 노동 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들은 ‘일자리 절벽’에 가로막혀 좌절하고,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의 허리를 받치던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위협 속에서 사라져가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구직을 포기한 ‘쉬는 사람’은 역대 최대로 늘고, 창업으로 활로를 모색하던 ‘사장님’은 역대 최저로 줄어드는 현상은 경제 전반의 활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지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당면한 구조적 위기임을 인식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자영업 생태계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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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시간 번 국민연금…우리 집 노후 계획엔 어떤 뜻일까대한민국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기금(NPS)이 존립의 위기에 맞서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2055년 기금 소진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사상 유례없는 고수익 승부수를 던지는 동시에, 제도 성숙과 함께 장기 가입자들의 실질 노후 보장 성과로 ‘용돈 연금’ 오명도 벗고 있다. 다만 낮은 보험료율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미래 세대의 연금액을 떨어뜨려 세대 간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다.국민연금은 기금 고갈 속도를 늦추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전환했다. 올해 8월 말 기준 적립금 1269조1355억원 가운데 국내외 주식 투자액은 635조5734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50.1%를 차지한다. 기금 설립 이래 가장 공격적인 비중이다. 이러한 전략은 성과로도 확인된다. 8월 말 주식 자산의 잠정 누적 수익률은 8.22%로, 1988년 설립 이후 연평균 수익률(6.82%)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국내주식이 36.4%라는 압도적 수익률로 수익 개선을 주도했다.공격적 운용의 배경에는 ‘1990년생이 65세에 도달하는 2055년 기금 소진’이라는 뚜렷한 경고등이 있다. 국민연금은 연 6.5% 수준의 운용수익률을 꾸준히 유지해 소진 시점을 2090년대로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력 유출 우려 속에서도 4대 자산군 전반에서 벤치마크(BM)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하며, 내부 운용 역량에 대한 신뢰도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제도 성숙은 수급 현장에서 이미 변화를 낳고 있다. 1988년 제도 시행 초기부터 30년 이상 성실 납부한 '최고참' 수급자가 빠르게 늘고, 이들의 실수령액이 '푼돈'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있다. 30년 이상 가입 수급자는 2019년 1만2000명에서 올해 4월 19만4780명으로 급증했으며, 연내 25만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들의 평균 월 수령액은 157만2156원으로 전체 평균(62만원)의 2.5배 수준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월 157만원은 개인 최소 노후생활비(124만3000원)를 상회하며, 이른바 '은퇴 귀족층'의 공적연금 소득(월 173만~177만원)과도 견줄 만한 규모다. 장기가입이 곧 실질 소득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수치로 증명한 셈이다.그러나 미래 세대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핵심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9%의 낮은 보험료율이다. 통계청 기준 평균소득(월 333만원) 직장인이 30년 가입해도 65세 수령액은 월 93만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현재의 30년 최고참 세대가 받는 157만원과 큰 격차다. 공무원연금(보험료율 18%)의 30년 가입 평균 수령액이 248만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낮은 보험료율은 소득대체율을 떨어뜨려 미래 세대의 실수령을 제약할 공산이 크다.결국 국민연금 앞에는 이중과제가 놓였다. 단기적으로는 공격적·전문적 운용을 통해 기금 소진 시점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보험료율·급여구조·급여개시연령 등 제도 파라미터 전반을 손보는 개혁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의 뛰어난 운용 성과가 불씨를 살리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낮은 보험료율이 만든 구조적 한계를 상쇄하기 어렵다. 기금 운용의 '수익률 이야기'와 제도 개혁의 '대체율 이야기'를 함께 풀어낼 때, 오늘의 성과가 내일의 노후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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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용 기름’ 누명 썼던 그 라면, 36년 만에 재출시…당신은 사 드시겠습니까?삼양식품이 36년 만에 ‘우지(소기름)’를 사용한 라면을 다시 선보이며 과거의 상처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브랜드의 새로운 미래를 선언했다. 삼양식품은 1989년 ‘우지 파동’이 발생한 지 정확히 36년이 되는 11월 3일, 서울 중구에서 신제품 ‘삼양1963’ 출시 발표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한국 최초의 라면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던 남대문시장 인근에서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이 꿀꿀이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을 보고 라면 개발을 결심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브랜드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이번 신제품 출시는 삼양식품에 깊은 상흔을 남긴 1989년 ‘우지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삼양라면이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회사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후 보건사회부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공식 발표하며 논란은 종식되었지만, 한번 무너진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웠고 시장 점유율은 급락했다. 이 사건 이후 삼양식품은 라면의 핵심 원료였던 우지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팜유로 대체해왔다. 36년 만에 다시 우지를 꺼내든 것은 과거의 오명을 씻고, 우지가 삼양라면 본연의 맛을 완성하는 핵심 재료였음을 당당하게 알리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36년 만에 돌아온 ‘삼양1963’은 과거의 맛을 단순히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기술을 더한 프리미엄 미식 라면으로 재탄생했다. 가장 큰 특징은 동물성 기름인 우지와 식물성 기름인 팜유를 최적의 비율로 혼합하여 면을 튀겨, 과거 라면의 고소한 풍미와 감칠맛을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또한, 면에서 우러나오는 우지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 사골육수 기반의 액상수프를 적용했으며, 무와 대파, 청양고추를 더해 깔끔하면서도 얼큰한 국물 맛을 완성했다. 후레이크 역시 큼직한 단배추, 대파, 홍고추를 동결건조 후 후첨 방식으로 제공해 원재료의 신선한 맛과 식감을 그대로 살렸다.삼양식품은 이번 신제품을 단순한 과거의 복원이 아닌, 미래를 향한 혁신의 초석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정수 부회장은 발표회에서 “우지는 삼양라면의 풍미를 완성하던 진심의 재료이자 정직의 상징”이었다고 강조하며, “‘삼양1963’은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초석”이라고 말했다. 이는 불닭볶음면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의 위상을 높인 삼양식품이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브랜드의 뿌리를 되짚어 새로운 혁신을 시작하겠다는 선언이다. 36년의 한을 딛고 돌아온 우지 라면이 국내 라면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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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도 온라인으로 사는 시대"…테슬라가 쏘아 올린 '쇼핑 혁명'온라인 쇼핑 시장이 또다시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9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23조 7,956억 원을 기록하며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13.3%나 증가한 수치로, 월간 거래액이 23조 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세는 단순히 숫자의 증가를 넘어, 우리 사회의 소비 패러다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제 온라인 쇼핑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소비 채널로 자리 잡았으며, 그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이번 온라인 쇼핑 거래액 급증의 일등 공신은 단연 자동차 및 자동차용품이었다. 무려 136.4%라는 경이로운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의 중심에는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통해 판매되는 테슬라의 신형 모델이 있었다. 지난달에만 9,069대가 팔리며 3개월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한 테슬라의 인기는 온라인 자동차 판매 시장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과거에는 직접 보고 시승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자동차 구매마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고가의 상품까지 거리낌 없이 구매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앞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자동차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음·식료품 분야 역시 온라인 쇼핑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17.7%의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온라인 장보기 문화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증명했다. 신선식품부터 가공식품까지, 이제는 손가락 하나로 집 앞까지 배달받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모바일 쇼핑액은 18조 552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온라인 쇼핑액의 75.9%를 차지했다. 비록 전년 동기 대비 비중은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모바일이 온라인 쇼핑의 핵심 플랫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의 편리함은 앞으로도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이처럼 온라인 쇼핑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우리 삶의 모든 영역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고가의 자동차부터 매일 먹는 신선식품까지, 이제 온라인으로 구매하지 못하는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소비 방식의 변화를 넘어, 유통 구조의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은 또 어떤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우리를 놀라게 할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소비 혁명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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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만에 '대반전'…SK이노베이션, 시장 예측 비웃는 '어닝 서프라이즈' 기록SK이노베이션이 올해 3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735억 원에 달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4,233억 원의 영업손실을 완벽하게 뒤집고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작년 4분기 이후 무려 3개 분기 만에 이뤄낸 쾌거로, 시장 전망치였던 3,797억 원을 51%나 상회하는 놀라운 실적이다. 매출 역시 20조 5,332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순손실은 943억 원으로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지만, 그 폭은 크게 줄어들며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와 같은 극적인 실적 반등의 배경에는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의 동반 상승에 힘입은 석유 사업의 부활과, 계절적 성수기를 맞은 LNG 발전 사업의 호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핵심 사업 부문들이 굳건한 경쟁력을 입증하며 SK이노베이션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사업 부문별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깜짝 실적'의 일등 공신은 단연 석유 사업이다. 3분기 석유 사업은 매출 12조 4,421억 원, 영업이익 3,042억 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무려 7,705억 원의 이익 개선을 이뤄냈다. 이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고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이 더해진 결과다. 반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배터리 사업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매출 1조 8,079억 원에 1,248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SK온 통합법인 기준으로는 179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2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이 1,731억 원에 달하며 실적 방어에 큰 힘이 되었다. 이 외에도 화학 사업은 36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윤활유 사업(영업이익 1,706억 원)과 석유개발 사업(영업이익 893억 원), 그리고 SK이노베이션 E&S(영업이익 2,554억 원)가 견조한 실적을 내며 전사적인 이익 성장에 기여했다.4분기 전망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OPEC+의 증산 가능성에 따른 유가 하락 압력이 존재하지만, 주요 산유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해 정제마진은 당분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배터리 사업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초기 비용 부담이 더해지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확장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공장 가동률을 높여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발 빠른 움직임이다. 특히, ESS 시장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와 맞물려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인 만큼, 선제적인 시장 공략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SK이노베이션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내달 1일 공식 출범하는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법인이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각기 다른 영역에서 경쟁력을 쌓아온 두 회사의 역량을 결합하여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특히, SK엔무브가 보유한 액침 냉각 기술은 배터리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기술을 배터리 사업에 접목하여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독자적인 생존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져나갈 계획이다. 서건기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ESS 사업 확장과 합병법인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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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해고, 50대는 채용…AI가 갈라놓은 비정한 세대교체인공지능(AI)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이 국내 노동시장에 세대별로 극명하게 엇갈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술에 많이 노출된 업종을 중심으로 15~29세 청년층의 고용은 눈에 띄게 감소한 반면, 50대 장년층의 고용은 오히려 증가하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AI가 단순하고 정형화된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해당 업무에 주로 투입되던 사회초년생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충격적인 결과다. AI 혁명이 특정 연령층에 고용 충격을 집중시키며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현상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연구팀이 생성형 AI의 대표주자인 챗GPT 출시 이후의 고용 흐름을 분석한 결과,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청년층 일자리는 총 21만 1천 개가 감소했는데, 이 중 무려 20만 8천 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사라졌다.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0만 9천 개가 늘어났으며, 그중 14만 6천 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창출되어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시스템 통합 관리업에서 청년 고용이 11.2% 줄었고, 출판업(-20.4%), 전문 서비스업(-8.8%), 정보 서비스업(-23.8%) 등 지식 기반 서비스업 전반에서 청년층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관측되었다.연구팀은 이러한 연령대별 고용 충격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업무 특성의 차이에서 찾았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청년층, 즉 '주니어' 인력은 주로 AI로 대체하기 쉬운 정형화되고 교과서적인 지식 기반의 업무를 담당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오랜 경력을 지닌 '시니어' 인력은 업무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복잡한 대인 관계를 조율하며, 조직을 관리하는 등 현재의 AI 기술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암묵적 지식과 사회적 기술이 요구되는 업무에 강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낮은 연차의 직원일수록 AI를 활용했을 때 업무시간 감소율이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곧 그들의 업무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다만, 이러한 고용 충격이 단기적으로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임금 경직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연구팀은 비관적인 전망만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는 AI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동 수요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그 수혜가 기술에 익숙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이에 따라 AI 시대의 변화에 청년층이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정책적 논의와 사회적 준비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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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벽배송'은 끝?"…택배노조, '밤 12시~5시' 배송 금지 폭탄선언'편리함'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새벽배송 서비스가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중대한 기로에 섰다. 택배노동조합이 지난 22일 열린 '택배 사회적대화 기구' 회의에서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의 심야 배송을 제한하자고 공식 제안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노조는 이 시간대가 노동자의 최소한의 수면 시간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쿠팡과 같은 형태의 연속적인 고정 심야 노동이 생체 리듬을 파괴해 수면장애, 심혈관 질환, 심지어 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며 극심한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제안이 단순히 업계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과로를 예방하고 지속 가능한 배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규제임을 강조하고 있다.노조 측은 심야 배송 제한에 따른 물류 대란이나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함께 제시했다. 이들의 구상은 현재의 배송 시스템을 오전 5시 출근조와 오후 3시 출근조로 나누는 이원화 운영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일자리와 처리 물량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오전 5시 출근조가 긴급한 새벽 배송 물량을 처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즉, 새벽 배송 자체를 전면 금지하자는 극단적인 주장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필요도 충족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절충안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그동안 속도 경쟁에만 매몰되어 있던 배송 시장에 노동자의 '사람다운 삶'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하지만 이러한 노조의 제안에 이커머스 업계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불가능한 주장"이라며 즉각적으로 반발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벽배송을 넘어 주문 후 1~2시간 내에 상품을 받는 '퀵커머스'까지 등장하며 분초를 다투는 속도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심야 배송 중단은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새벽배송 시스템이 밤새 전국 각지에서 물류센터로 상품을 집결시키고 분류 작업을 거쳐 새벽 시간대에 각 가정으로 배송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오전 5시 출근조만으로는 이 모든 과정을 소화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쿠팡이 로켓배송 인프라 구축에 지난 10년간 6조 2천억 원을 쏟아붓고 3조 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진 것도 바로 이 24시간 물류 시스템을 위해서였다.더 나아가 업계는 심야 배송 제한이 소비자 불편과 대규모 실업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당장 아침에 필요한 분유나 학용품 등을 제때 받지 못하는 소비자의 불편은 물론, 전국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수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통 혼잡이 없고 상대적으로 수입이 높다는 이유로 자발적으로 심야 배송을 선호하는 배송기사들도 존재한다며, 노조의 주장이 전체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결국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려는 노조의 절박한 외침과, 속도 경쟁과 물류 효율성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이커머스 업계의 생존 논리가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K-배송'의 미래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