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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소고기 값 걱정할 때…'이것'만은 폭발했다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늦은 추석 명절이 3분기 가축 시장의 희비를 극명하게 갈랐다. 삼계탕 수요가 폭발하며 육계 사육은 크게 늘었지만, 더위에 지친 한·육우와 돼지는 사육 마릿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24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여름철 보양식 특수를 누린 닭을 제외한 대부분의 축종에서 사육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기후 변화와 소비 패턴이 축산 농가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드러냈다.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한·육우와 돼지였다. 3분기 기준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342만 200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에 해당하는 15만 8000마리가 줄었다. 이는 번식이 가능한 암소의 수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더해, 10월 초순으로 추석이 늦어지면서 명절 수요가 3분기 통계에서 제외된 영향이 컸다. 돼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육 마릿수는 1103만 7000마리로 전년 대비 1.3%(14만 5000마리) 감소했는데, 특히 7~8월 폭염으로 인한 폐사가 늘면서 4개월 미만의 어린 돼지 수가 3.1%나 줄어든 것이 결정적이었다.반면 가금류 시장은 상대적으로 활기를 띠었다. 산란계는 8108만 3000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0.7% 소폭 증가했다. 이는 계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농가에서 노계 도축을 줄인 결과로, 안정적인 계란 공급을 위한 농가의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육용계였다. 전체 사육 마릿수는 9425만 3000마리로 지난해보다 무려 9.9%(851만 6000마리)나 급증했다. 특히 여름 복날을 겨냥한 삼계탕 수요가 폭발하면서, 3분기 삼계 도축량은 직전 분기보다 47%나 치솟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여름 한 철 수요를 맞추기 위해 엄청난 수의 닭이 공급되었음을 의미한다.이러한 통계는 대한민국 축산업이 마주한 현실을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구조적인 번식 기반 약화와 기후 변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소, 돼지 농가의 어려움이 수치로 확인된 반면, 특정 시기 폭발하는 소비 트렌드가 육계 시장 전체를 견인하는 모습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오리 사육 마릿수가 새끼 입식 감소와 도축 증가로 소폭 줄어든 것을 포함해, 각 축종별로 엇갈린 성적표는 향후 국내 축산 시장의 안정적인 수급 관리와 기후 위기 대응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를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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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5주기 추모식…그 뒤에 가려진 15조원 유산의 충격적 근황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5주기를 맞아 그의 유산이 한국 사회에 일으킨 거대한 선순환의 물결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10월 25일 5주기를 하루 앞둔 24일, 경기도 수원 가족 선영에서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과 전·현직 경영진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이 엄수됐다. 이재용 회장은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하며 선대회장을 기리는 등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가 진행됐지만, 그가 남긴 ‘KH 유산’이 지난 5년간 사회 곳곳에 미친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 유족들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단행한 15조 원 규모의 전례 없는 기부는 단순한 부의 사회 환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이건희 컬렉션’으로 명명된 문화예술품 기증은 그야말로 한국 문화계의 지형을 바꾼 사건이었다. 유족들은 이 선대회장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국보급 문화재와 세계적인 미술품 2만 3천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가 기관에 아낌없이 기증했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기증으로, 그동안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걸작들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기증 이후 전국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열린 순회전은 총 35회, 누적 관람객은 35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흥행에 힘입어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은 박물관 5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던 고인의 생전 신념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제 이건희 컬렉션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시카고 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 전시를 앞두고 있어, 한국 문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문화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의료 분야에 남긴 족적도 뚜렷하다. 유족들은 감염병 극복을 위해 7000억 원, 소아암 및 희귀질환 환아 지원에 3000억 원 등 총 1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의료 공헌에 쾌척했다. 특히 2021년부터 10년간 이어지는 소아암·희귀질환 지원 사업은 이미 2만 2462명에 달하는 환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물했다. 진단, 치료, 연구 등 86개에 달하는 과제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러한 대규모 의료 기부는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이건희 선대회장 유족의 기부는 유명인과 기업들의 기부 행렬을 이끌어내는 '나비효과'를 낳았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2023년 서울대어린이병원에 10억 원을 기부하고, 가수 이승기 역시 2022년 20억 원을 같은 곳에 쾌척하는 등 유명인들의 따뜻한 마음이 이어졌다. 또한 과거 삼성의 스마트공장 지원을 통해 성장한 진단키트 기업 코젠바이오텍은 2022년부터 매년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기부를 실천하며 '상생의 선순환'이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처럼 ‘KH 유산’은 단순한 재산의 이전을 넘어, 우리 사회에 나눔과 연대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고 기부 문화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살아있는 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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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어벤져스’ 만든다…무신사와 서울시가 손잡은 진짜 이유K-뷰티의 심장부인 서울에서 잠재력 있는 보석 같은 브랜드를 발굴하고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의미 있는 상생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패션 플랫폼의 강자 무신사가 서울경제진흥원(SBA)과 손을 맞잡고, 뛰어난 제품력을 갖추고도 오프라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서울 소재의 중소 뷰티 브랜드를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난 7월 양사가 체결한 '서울 뷰티기업 발굴 및 지원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의 구체적인 결과물로, K-뷰티 생태계의 허리를 강화하고 동반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이번 협력의 핵심은 오는 24일부터 사흘간 서울의 디자인 랜드마크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무신사 뷰티 X B the B' 캠페인 팝업 스토어다. 이번 행사에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망 뷰티 브랜드 22곳이 참여하여, 각자의 개성과 기술력이 담긴 대표 제품들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선보이는 기회를 갖는다. 방문객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경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를 직접 체험하고 자신의 피부에 맞는 제품을 찾아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룰렛, 후기 인증, 뽑기 등 다채로운 현장 이벤트를 통해 풍성한 경품을 제공하며, 단순한 판매의 장을 넘어 소비자와 브랜드가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꾸며질 예정이다.이번 팝업 스토어는 오프라인에서의 단기적인 만남으로 끝나지 않는다. 무신사는 자사의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지원의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팝업 행사에 참여한 브랜드들은 무신사 스토어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무신사 뷰티 in 서울' 온라인 기획전을 통해 더 많은 잠재 고객과 만날 수 있다. 이는 오프라인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온라인에서의 구매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의 일환으로, 중소 브랜드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인 마케팅과 판로 확보 문제를 입체적으로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궁극적으로 무신사와 서울경제진흥원의 이번 협력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K-뷰티의 미래를 겨냥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한국의 신진 뷰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서울을 대표하는 새로운 스타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무신사 관계자는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온·오프라인 마케팅 지원을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입점 연계 등을 통해 이들 브랜드가 실질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힘을 합쳐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고, K-뷰티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이상적인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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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00억 쏘고, 포스코가 밀어주고…경북 벤처기업들 '역대급 돈벼락' 맞는다수도권에 집중된 벤처 투자의 물길을 지방으로 돌리기 위한 1000억 원대 '경북 펀드'가 마침내 닻을 올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2일 포항 체인지업 그라운드에서 '경북-포스코 혁신성장 벤처펀드' 결성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펀드는 정부의 모태펀드가 600억 원의 마중물을 붓고, 경상북도와 지역의 대표 향토기업인 포스코, 그리고 포항, 구미, 경주 등 주요 지자체와 농협은행까지 힘을 합쳐 총 1011억 원 규모로 조성되었다. 이는 정부가 올해 추진한 비수도권 전용 지역 모펀드 조성 사업의 마지막 퍼즐로, 앞서 결성된 충남, 부산, 강원 펀드와 함께 총 4000억 원 규모의 지역 모펀드 라인업을 완성했다는 의미를 가진다.이번 경북 펀드의 출범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지역의 '터줏대감' 격인 대기업 포스코가 펀드 출자자로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다. 2021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지역 모펀드 조성 사업 역사상 지역 대기업이 직접 지갑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단순히 자금의 규모를 넘어, 지역의 대기업과 창업·벤처기업이 상생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혁신 생태계 모델의 탄생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자금과 네트워크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지역 벤처기업들이 포스코라는 든든한 파트너를 얻게 되면서, 기술 개발부터 판로 개척까지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거대한 몸집의 모펀드는 이제 본격적으로 지역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자펀드' 조성에 나선다. 경북 펀드는 오는 10월 운영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출자 분야를 확정한 뒤, 11월부터 곧바로 자펀드 출자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향후 2년간 총 20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새롭게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이 중 절반에 가까운 800억 원 이상은 반드시 경북에 소재지를 둔 창업·벤처기업이나 경북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되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뒀다. 사실상 '경북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기업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자금이 집중적으로 수혈되는 셈이다.정부는 이번 경북 펀드의 성공적인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날 결성식에 참석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포스코와 같은 지역 대기업이 출자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고 평가하며, 이번 성공 사례를 발판 삼아 앞으로 조성될 다른 지역 모펀드에도 더 많은 지역사회 출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정부 주도의 '마중물' 역할을 넘어, 지역의 민간 자본과 역량이 자발적으로 결합하는 지속가능한 지방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장기적인 비전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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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없는 노년, 300만 명은 비정규직…'괜찮다'는 그들의 진짜 속사정퇴직 후에도 일손을 놓지 못하는 노년층이 노동 시장으로 다시 밀려 나오면서, 6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가 사상 처음으로 300만 명을 돌파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856만 8천 명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35.5%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단순히 해당 연령층의 인구가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고용률 자체가 증가한 영향이 더해진 결과다. 노년층의 경제 활동 참여가 활발해졌다는 긍정적 신호로 읽힐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고용의 질 악화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다.이번 조사는 비정규직 시장의 세대교체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60세 이상 비정규직은 23만 3천 명, 30대는 6만 6천 명 증가하며 전체 비정규직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던 40대(-10만 6천 명)와 50대(-2만 5천 명), 그리고 사회 초년생 세대인 29세 이하(-5만 8천 명)에서는 오히려 비정규직 수가 감소했다. 산업별로도 희비가 엇갈렸다. 돌봄 수요 증가 등으로 보건사회복지업에서 21만 명의 비정규직이 늘어난 반면, 코로나19 이후 회복이 더딘 숙박음식업과 건설업, 도소매업 등에서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이는 특정 연령층과 특정 산업에 비정규직 일자리가 집중되는, 고용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표면적으로는 비정규직 근로자 10명 중 7명(67.8%) 가까이가 '자발적으로' 해당 근로 형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 이상(56.9%)은 '현재의 근로 조건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선택의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것이다. 정규직 근로자가 월평균 389만 6천 원을 버는 동안, 비정규직 근로자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절반 수준인 208만 8천 원에 불과했다. 180만 8천 원이라는 역대 최대의 임금 격차는 '자발적 선택'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큰 차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시간제 근로자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되지만, 노동의 가치가 고용 형태에 따라 극심하게 차별받고 있는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고용의 질 악화는 임금 격차에만 그치지 않았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37.1%)과 고용보험(53.7%)에서 전년 대비 하락하며,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조차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은퇴 후 생계를 위해 다시 일터로 나온 고령층이 늘어났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 그리고 허술한 사회적 보호뿐인 셈이다. '만족한다'는 응답 뒤에 가려진, 300만 노년 비정규직 시대의 고단한 현실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무거운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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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껐더니 '요금 폭탄'…할인 끝나자 14.4% 폭등한 전기료의 역습지난 8월, 0.1% 하락하며 잠시 안정되는 듯했던 생산자물가가 한 달 만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하며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잠시나마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이번 상승의 이면에는 우리 생활과 직결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 상승세 전환은 특정 품목의 가격 급등이 지수 전체를 끌어올린 결과로 분석되어,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 압박은 수치보다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이번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전기요금이었다. 주택용 전력 요금이 전월 대비 무려 14.4%나 급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이는 새로운 요금 인상이 아닌, 일종의 '기저효과'에 따른 결과다. 정부가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7~8월, 서민들의 냉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 구간 완화 조치가 지난달로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할인 혜택이 사라지자 정상화된 요금이 마치 큰 폭으로 인상된 것처럼 지수에 반영된 것이다. 여름 내내 에어컨 가동으로 늘어난 전기요금 고지서에 한숨 쉬었던 가정이, 이제는 할인 종료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난 셈이다.밥상 물가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농림수산품은 전월 대비 0.4% 오르며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특히 서민들의 주식인 쌀 가격이 4.7%나 올랐고, 쌈 채소의 대표 격인 상추는 무려 38.9%나 폭등하며 가계에 큰 부담을 안겼다. 육류 가격도 심상치 않았다. 명절 수요가 몰리면서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각각 6.9%, 3.3%씩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쌀의 경우 지난해 생산량 감소 여파가 이어진 데다 햅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전이라는 시기적 요인이 겹쳤고, 육류는 명절 특수가 가격을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매일 마주하는 식탁 위 먹거리들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 비용 부담도 커졌다. 서비스 부문 물가 역시 전월 대비 0.4% 상승했는데, 여기에는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이동통신 요금 등이 포함된 정보통신 및 방송 서비스 요금 상승(4%)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생산 단계를 넘어 국내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전반적인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국내공급물가지수 역시 0.1% 상승했다. 원자재를 가공한 중간재(0.2%)와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구매하는 최종재(0.3%) 가격이 모두 올랐다는 것은, 생산자 단계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 압력이 시차를 두고 소비재와 서비스 가격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역시 상승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불길한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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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금의 배신?…'역대급 랠리' 끝내고 2년 만의 최대 낙폭 기록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국제 금값이 하루아침에 고꾸라졌다. 현지시간 21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연일 경신하며 뜨겁게 달아올랐던 금 시장에 갑작스러운 한파가 닥쳤다. 이날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115.26달러로 마감하며 전 거래일 대비 5.5%나 폭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8월 이후 일간 기준으로 가장 큰 하락 폭으로,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뉴욕상품거래소의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 역시 5.7% 급락한 4109.1달러에 거래를 마치는 등, 현물과 선물 시장 모두에서 투매 현상이 나타났다.이번 금값 급락의 배경에는 가파른 상승세에 대한 부담감과 투자 심리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국제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60% 가까이 폭등하며 전례 없는 랠리를 펼쳐왔다. 불과 하루 전인 20일에도 현물 가격이 온스당 4381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을 정도였다. 이처럼 단기간에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자 차익 실현을 노리는 매도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인 것이 결정적인 기폭제가 되었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고, 이는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고개를 들자, 투자자들이 그동안의 상승분만큼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투어 금을 팔아치우기 시작한 것이다.이날의 안전자산 이탈 현상은 금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대표적인 안전자산 중 하나인 은의 낙폭은 더욱 컸다. 국제 은 현물 가격은 같은 날 전장 대비 7.6%나 폭락하며 온스당 48.49달러에 거래되었다. 금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이며 급락한 것은, 시장 전반에 걸쳐 위험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얼마나 빠르게 위축되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불과 하루 만에 '사상 최고가 경신'이라는 환호가 '수년 만의 최대 낙폭'이라는 비명으로 뒤바뀌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극에 달했음을 드러냈다.이제 투자자들의 시선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로 일제히 쏠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 지표인 CPI 결과에 따라 금값의 운명이 다시 한번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서 금의 가치가 다시 부각되며 반등을 시도할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금값의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대급 랠리에 제동이 걸린 금값이 숨 고르기를 마치고 다시 상승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대세 하락으로 전환될지 중대한 분기점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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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한 냉동치킨은 가라’… CJ가 ‘소스 바른 치킨’으로 대박 친 비결CJ제일제당이 '고메 소바바치킨'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세 번째 야심작을 선보이며 냉동치킨 시장의 패권 굳히기에 나섰다. 2023년 첫선을 보인 이후, 기름에 두 번 튀겨낸 바삭한 닭고기에 특제 소스를 얇게 코팅하는 독자적인 '소스코팅 공법'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 제품은 올해 9월 말을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2000만 봉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단순한 냉동식품의 성공을 넘어, 배달 전문점에 버금가는 맛과 식감을 집에서 간편하게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관통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다. CJ제일제당은 기존 '소이허니'와 '양념' 맛의 성공 신화를 이어갈 다음 주자로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마늘'을 선택, 또 한 번의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고메 소바바치킨 마쏘킥(마늘쏘이킥) 순살'은 이름에서부터 강렬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매콤짭짤한 소이소스에 마늘로 킥!'이라는 콘셉트 아래, 대파와 고추의 풍미를 더한 매콤한 간장 소스를 베이스로 하고, 그 위에 알싸한 마늘의 맛과 향을 더해 맛의 방점을 찍었다. 이는 단순히 달고 짠 '단짠'의 조합을 넘어, 마늘 특유의 감칠맛과 중독성 있는 매콤함까지 더해져 한층 더 복합적이고 풍부한 맛의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늦은 밤 출출함을 달래줄 야식이나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즐기는 '치맥' 안주로 최적화된 맛이라는 평이다. 닭가슴살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퍽퍽함을 잡고 풍부한 육즙을 살려낸 점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고메 소바바치킨' 시리즈의 성공 비결은 단연 CJ제일제당만이 가진 독보적인 기술력에 있다. 바로 '소스코팅 공법'이 그 핵심인데, 소스를 버무리거나 붓는 방식이 아닌, 얇고 균일하게 튀김 옷에 코팅하는 이 기술 덕분에 소스가 묻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눅눅해지지 않고 갓 튀겨낸 듯한 바삭한 식감을 마지막 한 조각까지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소스 치킨은 눅눅하다'는 기존의 편견을 깨뜨린 혁신적인 시도였다. 여기에 에어프라이어 10분이라는 극강의 조리 편의성까지 더해져, 배달 치킨을 기다리는 시간조차 아까운 바쁜 현대인들에게 완벽한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전문점 수준의 맛을 집에서 단 10분 만에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왔다.CJ제일제당은 신제품 출시에 맞춰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초기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고메 소바바치킨 마쏘킥 순살'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SSG닷컴 등 주요 유통 채널과 CJ제일제당 공식몰인 'CJ더마켓'에서 우선적으로 판매를 시작한다. 특히 오는 29일까지 CJ더마켓에서 신제품 구매 후 리뷰를 남긴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3만 원 상당의 스타벅스 교환권을 증정하며, 26일까지 진행되는 브랜드위크 기간에는 치킨 제품 3만 원 이상 구매 시 아이폰 17을 경품으로 내거는 파격적인 이벤트까지 진행한다. 이는 단순한 신제품 홍보를 넘어, '고메 소바바치킨' 브랜드를 중심으로 냉동치킨 시장의 트렌드를 완전히 주도하겠다는 CJ제일제당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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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만나고 온 최태원, 삼프로TV서 입 연다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년 만에 인기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하며 국내외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최 회장이 제시할 한국 경제의 성장 해법과 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의미에 대한 설명에 큰 기대가 모이고 있다.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회장은 21일 삼프로TV 녹화에 패널로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출연은 최 회장이 지난 17~18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직후 이루어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일 새벽 귀국해 곧바로 서울 서린동 SK그룹 본사로 출근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삼프로TV 출연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에 대한 최 회장의 깊은 고민과 해법 제시 의지를 엿볼 수 있다.264만 구독자를 보유한 '삼프로TV'는 경제 정책, 금융·부동산 시장, 투자 전략 등 경제 전반을 심도 있게 다루는 채널로, 지난 15일에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출연해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22년 9월 첫 출연 당시 미·중 무역 갈등 전망과 한국 기업의 생존 방안, SK그룹의 투자 전략 등을 논한 바 있다.이번 방송에서도 최 회장은 미·중 무역 갈등 심화, 고율 관세 부과 등 대외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SK그룹의 핵심 사업이자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에너지 분야의 시장 전망과 전략에 대한 최 회장의 통찰력 있는 분석이 기대된다.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SK하이닉스의 역할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SK그룹의 노력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한국 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또한, 최 회장이 이달 28일부터 나흘간 진행되는 경주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의장을 맡고 있는 만큼, 이번 방송에서는 APEC 정상회의의 의미와 역할이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민간 경제 포럼인 APEC CEO 서밋에는 이재용, 정의선, 구광모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는 물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글로벌 경제 리더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의장으로서 APEC을 통해 한국 경제가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방안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최 회장의 이번 '삼프로TV' 출연은 단순한 방송 출연을 넘어,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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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TOP 100… 현대차의 '나 홀로 질주', 무엇이 달랐나?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기업 평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위상을 재확인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발표한 '2025 세계 최고 기업' 명단에서 현대차는 33위를 기록,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기록했던 192위에서 무려 159계단이나 수직 상승한 결과로,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오랜 경쟁 상대인 일본 토요타(48위)를 제치고 아시아 자동차 제조업체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달라진 입지를 증명했다. 이번 평가는 단순한 외형 성장을 넘어 기업의 내실과 지속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인정받은 쾌거로 평가된다.타임의 이번 순위는 독일의 저명한 데이터 분석 기업 스태티스타와의 협업을 통해 산정되었으며, 전 세계 20만 명 이상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포함해 신뢰도를 높였다. 평가 지표는 크게 세 가지로, ▲임직원 만족도 ▲기업 성장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성과다. 각기 다른 영역의 지표를 동일한 비중으로 합산하여 기업의 다면적인 경쟁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현대차는 이 세 가지 핵심 분야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획득하며 가파른 순위 상승을 이뤄냈다. 이는 현대차가 단순히 자동차를 잘 만드는 회사를 넘어, 임직원이 만족하며 일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재무적으로도 탄탄하게 성장하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구축했음을 시사한다.현대차의 눈부신 도약 뒤에는 임직원의 높은 만족도와 견조한 실적 성장이 있었다. 2024년 현대차가 자체 시행한 업무 만족도 조사에서 역대 최고치인 79.4점을 기록했으며, 자발적 이직률은 0.39%로 국내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안정적인 고용 환경과 긍정적인 조직 문화가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내부 결속력은 곧바로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판매 전략과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은 175조 원, 영업이익은 14조 2000억 원을 돌파하며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웠다. 사람이 경쟁력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내부 구성원의 만족이 곧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ESG 경영 노력 역시 이번 평가에서 빛을 발했다. 현대차는 2045년까지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담대한 목표 아래, 전 세계 사업장의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또한, 주주가치를 높이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주주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며 경영의 선진화를 꾀했다. 현대차는 이번 평가 결과를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