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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野 좌석, 울려퍼진 "재판 받으라" 고성…與는 기립박수와 환호 '극과 극'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째 국회 시정연설이 열린 4일, 국회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연설 시작 전부터 국민의힘 의원 전원은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 검은 정장과 마스크 차림으로 집결해 '야당탄압 불법특검', '근조 자유민주주의'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 대통령이 국회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범죄자 왔다", "재판 받으세요" 등 원색적인 비난과 고성이 터져 나왔다. 장동혁 대표가 "이제 전쟁이다.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며 투쟁의 최전선에 서면서, 여야의 극한 대립은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였다.국민의힘이 이처럼 초강경 대응에 나선 결정적 계기는 전날 검찰이 '내란특검'과 관련해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이를 '야당 파괴를 위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시정연설 보이콧을 결정했다. 이러한 야당의 '반쪽 시정연설'은 3년 전인 2022년,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장에서 "새로운 정부 첫 시정연설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점에 대해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머리를 맞대야 할 날에 함께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야당의 거센 반발과 텅 빈 좌석을 뒤로하고 오전 10시 6분경 본회의장에 입장한 이재명 대통령은 정반대의 풍경을 마주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열한 채 박수와 환호성으로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최민희, 박찬대 의원 등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화답했고, 일부 의원은 이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는 등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단상에 오른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의 불참을 의식한 듯 "좀 허전하다"는 짧은 소회를 밝힌 뒤, 약 22분간의 시정연설을 시작했다.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2026년도 예산안의 핵심 방향을 설명하며 국회의 원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8.1%(54조 7000억 원) 증액된 728조 원 규모로 편성되었으며, 특히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대비 20% 가까이 늘어난 35조 3000억 원, 인공지능(AI) 관련 예산은 3배 이상 증가한 10조 1000억 원이 책정됐다. 연설이 끝나자 민주당 의원들은 또다시 기립박수를 보냈고, 일부 의원들은 이 대통령과 악수하기 위해 몰려들며 절대적인 지지를 표했다. 한 여성 의원은 감격에 겨운 듯 제자리에서 폴짝 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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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이 깨끗해야…” 국민의힘, 부동산 투기 의혹 구청장 ‘제명’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재개발 지역 주택을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병길 부산 사상구청장을 제명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관련 논란을 ‘내로남불’이라 비판하던 상황에서 터져 나온 내부 악재에 대한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소속 정당에서 제명되더라도 직은 유지할 수 있어, 조 구청장의 거취는 당분간 논란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국민의힘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당내 기강을 바로 세우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여상원 당 중앙윤리위원장은 조 구청장이 투기 목적이 없었고, 자신은 주민들이 추진하는 일에 도장을 찍어주는 역할에 불과했다고 해명했지만, 선출직 공무원은 스스로의 청렴성에 대한 확신만으로는 부족하며, 주민들의 시선에서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당 소속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특히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금전 문제 등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손이 깨끗해야 상대방을 공격할 명분이 선다는 여 위원장의 발언은 이번 징계의 배경을 명확히 보여준다.조 구청장은 지난 2월 부인과 공동명의로 부산 사상구 괘법1구역의 주택을 매입했다. 이후 해당 지역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재개발 추진위원회까지 구성되면서 구청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사전에 재개발 정보를 입수하고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의혹은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결국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건은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국민의힘의 이번 결정은 ‘내로남불’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적인 노력으로 보인다. 야당의 부동산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내부 단속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하지만 이미 터져 나온 악재가 당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힘이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일관된 원칙을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이번 징계가 다른 공직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공직 사회 전반의 부동산 투기 근절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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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기업인, 밤에는 APEC…'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정청래의 하루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31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생 경제 현장을 직접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행보에 나섰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중견기업연합회를 방문하여 최진식 회장을 비롯한 중견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박진선 샘표식품 회장, 조문수 한국카본 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이 참석하여 열띤 논의를 벌였다. 이번 간담회는 국정감사 기간 동안 잠시 미뤄두었던 민생 경제 관련 행보를 본격적으로 재개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다가오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중견기업계가 요구하는 세제 지원 방안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치열했던 국정감사의 열기를 뒤로하고, 이제는 민생 현장으로 눈을 돌려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정 대표의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행보라 할 수 있다.이번 중견기업연합회 방문은 정청래 대표의 꾸준한 경제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 대표는 지난 9월에도 소상공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단체들을 잇달아 방문하며 경제계 인사들과의 소통을 이어온 바 있다. 당시에도 기업 규제 완화와 예산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처럼 정 대표는 국회 내에서의 정치적 활동뿐만 아니라, 경제 현장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민생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고금리,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마련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민생 경제를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정 대표의 일관된 정책 기조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정청래 대표의 이러한 민생 행보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국회 예산 심의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 논의된 중견기업계의 세제 지원 요구 등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수렴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정부 예산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민주당의 자체적인 예산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혜택 확대,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R&D 예산 증액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야당 대표로서 정부의 경제 정책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넘어,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민생 경제 회복을 이끌겠다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한편, 정청래 대표는 국내 민생 현안 챙기기에 이어 외교 무대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이날 저녁에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정치 무대를 넘어 국제 사회에서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대변하고, 글로벌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내적으로는 민생 경제를 살피고, 국외적으로는 다자외교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등, 정청래 대표의 광폭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국정감사 이후 본격화된 정 대표의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들이 실질적인 정책 성과로 이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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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혈맹이 AI 동맹으로…한-캐나다 정상회담서 나온 ‘특별한 약속’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아주 특별한 관계’로 규정하며, 과거의 역사적 유대를 바탕으로 미래 협력을 대폭 강화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경주에서 열린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혈맹으로 다져진 양국의 신뢰를 재확인하고,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부터 국방, 경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협력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이번 만남은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통적 우방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지고 새로운 협력 동력을 창출하려는 한국 정부의 외교적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이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캐나다가 6·25 전쟁 당시 보여준 고귀한 희생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의 역사적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그는 “캐나다는 2만 7천 명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군대를 파견하고 400명에 가까운 인명 손실까지 감수하며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주었다”고 상기시키며, 이러한 희생이 오늘날 양국의 ‘아주 특별한 관계’를 만든 굳건한 토대가 되었음을 분명히 했다.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피로 맺어진 인연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양국 협력의 당위성과 깊이를 부각한 것이다. 이는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고 미래의 동반자 관계를 더욱 굳건히 다져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캐나다 측에 명확하게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역사적 유대를 넘어, 이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그는 캐나다가 인공지능(AI) 분야의 기초 연구를 선도하며 전 세계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양국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국방 분야와 경제 분야에서도 이미 다양한 협력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확대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며, 전통적인 안보, 경제 협력을 넘어 AI와 같은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포괄적인 협력 관계 구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이에 대해 마크 카니 총리는 이 대통령의 따뜻한 환대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한국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카니 총리는 “한국은 캐나다에 있어 국방과 산업,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하며,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한국 측의 의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그의 발언은 캐나다 역시 한국을 단순한 교역 상대를 넘어, 안보,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국 정상이 과거의 숭고한 인연을 되새기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협력의 청사진에 완벽한 공감대를 형성함에 따라, 한-캐나다 관계는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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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꿈, 핵잠수함이 온다"…민주당이 극찬한 한미협상의 진짜 의미더불어민주당이 한미 정상 간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환영의 뜻을 밝히며, 이번 합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이번 합의가 수출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한미 관계를 경제와 안보 모든 측면에서 한 단계 격상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이번 협상 결과를 이재명 정부가 만들어낸 중요한 외교적 성과로 규정하고, 향후 국회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한 정책위의장은 특히 3500억 달러 지불 방식의 변경을 핵심 성과로 꼽았다. 당초 선급금으로 지급해야 했던 의무를 연간 200억 달러 상한을 둔 투자 방식으로 전환했으며, 투자 대상 역시 '상업적 합리성'을 근거로 양국이 협의체를 통해 결정하기로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언급해 온, 국내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연간 외화 조달 가능 규모인 150억~200억 달러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또한, 1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조선업 부흥(MASGA)' 프로젝트는 우리 기업이 주도권을 갖고 신규 선박 수주 가능성을 대폭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수출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도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호 관세는 15%로 유지되고 자동차 및 부품 관세는 15% 인하되며,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었다. 이외에도 의약품과 목제 제품은 최고 대우를,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 제품, 항공기 부품, 복제약 등은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되어 관련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불확실성이라는 안갯속에 있던 우리 수출 대장 기업들에게 명확한 활로를 열어준 것이라고 민주당은 평가했다.안보 분야의 가장 큰 성과로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길을 연 것을 꼽았다. 한 정책위의장은 이를 "노무현의 꿈"이라 표현하며, 구호에 그치는 자주국방이 아닌 실질적인 자주국방 역량을 갖추는 데 있어 역사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더 나아가 이번 합의가 향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협상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 정책위의장은 "한미 동맹이 경제적 연결고리를 매개로 더욱 단단해졌다"며, "이재명 정부는 아무도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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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 병원비 1000만원 ‘쌩돈’…정부는 ‘안전 연구’만 하고 있었다반복되는 공연장 안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이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예술인들은 추락과 낙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지적된 바에 따르면,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률은 고작 2%에 불과하다. 이는 사고 발생 시 100명 중 98명의 예술인이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스스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세종의전당에서 추락한 무용수는 가입된 보험이 없어 10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를 전액 자비로 부담했으며, 과거 400kg의 무대장치에 부딪혀 하반신이 마비된 성악가는 수억 원의 치료비를 감당하다 끝내 세상을 떠나는 비극적인 일까지 발생했다.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단순히 운이 나빠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관리 부실이 낳은 예고된 인재라는 점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최근 5년간 약 23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연장 안전기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구체적인 기준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공연 현장에는 이를 관리하고 감독할 전담 안전관리자가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아, 애써 만든 기준이 사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수백억 원의 혈세를 들여 ‘연구를 위한 연구’만 진행했을 뿐,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 개선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정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도 지적됐다. KTL은 27억 원을 들인 별도 연구를 통해, 화재 발생 시 화염과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는 핵심 설비인 방화막의 내압성능을 국제표준 수준인 450파스칼(Pa)로 설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명시했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의무화된 ‘생명 기준’이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중요한 안전 기준을 실제 규격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대형 공연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부실한 방화막으로 인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을 정부 스스로 방치하고 있었던 셈이다.이에 국회에서는 국민의 안전과 예술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즉각적인 행동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공연장마다 전담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모든 공연 관계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종합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러한 지적에 “행정적 시선이 아닌 국민의 생명을 중심에 두고 예술인의 안전을 절대적으로 보호하겠다”며 공연장 안전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약속했다. 하지만 노동부의 ‘전 국민 산재보험 의무화’라는 제도 개선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문체부 차원의 별도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쳐, 반복되는 비극의 고리를 끊어낼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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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광' 트럼프 취향 저격…이재명, 신라의 수도에서 '금관' 선물한다대통령실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한민국을 국빈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증정할 선물로 고대 신라의 유물인 금관을 본뜬 모형을 특별 제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방한이 서울이 아닌, 신라의 옛 수도였던 경주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금관 선물은 그 상징적 의미를 더한다.이번 선물 검토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취향과 성향을 세심하게 고려한 '맞춤형 외교'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화려하고 금빛으로 장식된 것을 선호한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발맞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날 정상회담장 역시 금빛을 주된 콘셉트로 꾸며질 예정이다. 선물부터 회담장 장식에 이르기까지 '골드'라는 일관된 키워드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과 환대를 표하려는 외교적 디테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이처럼 파격적이고 세심한 예우가 준비되는 배경에는 이번 방한이 갖는 '국빈 방문'이라는 격식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상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국빈 방문의 주요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실은 의전과 예우에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사적인 첫 사례에 걸맞은 최고의 예우를 제공함으로써,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양국 정상 간의 개인적 유대를 한층 강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이재명 대통령의 상징성을 담은 선물 외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북선 모형을 선물한 바 있다. 이 거북선 모형은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를 담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상징하는 선물이었다. 이처럼 과거에는 양국의 경제 협력을 상징하는 선물을 건넸다면, 이번에는 한국의 역사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금관 모형을 검토하며 상황과 장소에 맞는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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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AI 고속도로' 선언에 아마존, 50억 달러 '잭팟'으로 화답이재명 대통령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로부터 대규모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대한민국을 '글로벌 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29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맷 가먼 AWS 대표를 만나 "산업과 연구 현장에서 언제든지 AI가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AI 고속도로' 구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며 정부의 강력한 AI 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아마존의 이번 투자 결정이 국내 AI 생태계 발전을 가속화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경제 회복과 지속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첨단 과학기술, 특히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꼽았다.이 대통령은 가먼 대표를 환영하며 "아마존웹서비스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하게 돼서 참으로 기쁘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아마존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다양한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또한 한국 정부 역시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번영을 위한 가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고 약속하며, 외국 기업의 투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암시했다. 이는 단순한 투자 유치를 넘어, 국내 산업과의 상생 및 동반 성장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이에 맷 가먼 대표는 한국 시장의 크나큰 잠재력을 잘 알고 있다며 화답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 국가 그리고 AI 시민들을 위해서 투자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향후 50억 달러를 추가적으로 투자할 계획임을 공식화했다. 이 대규모 투자금은 2031년까지 인천 및 경기 일대에 신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는 아마존이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 AI 허브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국내 AI 기술력과 인프라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결정으로 평가된다.대통령실은 이번 투자 발표가 갖는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아마존은 지난 6월 울산에 40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불과 수개월 만에 5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결정하며 우리나라의 역대 최대 그린필드 투자 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대통령실은 이를 두고 "국내 AI 산업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IT 경쟁력, 그리고 정부의 AI 산업 육성 의지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연이은 대규모 투자 유치 성공은 한국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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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감수한다"던 이찬진, 알고 보니 실거래가보다 4억 비싼 '꼼수 매물'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다주택 논란 해소 과정에서 보인 행보로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그는 강남 아파트 두 채 보유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그중 한 채를 딸에게 증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결국 국정감사장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증여 계획을 철회하고 해당 아파트를 매각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 약속의 진정성은 매물 가격이 공개되면서 곧바로 의심받기 시작했다. 그가 부동산에 내놓은 아파트의 호가가 최근 실거래가보다 무려 4억 원이나 높은 22억 원으로 책정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매각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하며, 그의 처신에 대한 신뢰에 큰 흠집을 냈다.높은 매물 가격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자 이 원장 측은 당초 20억 원에 매물을 내놓았으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임의로 가격을 2억 원 올려 22억 원이 되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해당 중개인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진실 공방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개인은 이 원장 측이 처음에는 "빨리 팔아달라"며 20억 원을 제시했다가, 이후 다시 연락해 "시세대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개인은 이 요청에 따라 시세를 반영해 2억 원을 올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이 원장이 높은 호가 책정의 책임을 중개인에게 떠넘기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이번 사태가 대중의 더 큰 분노를 사는 이유는 그의 과거 이력 때문이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출신인 이 원장은 2020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다주택자 고위공직자 임명 제한'을 강력히 주장했던 인물이다. 당시 그는 공직 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며 고위공직자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과거에는 부동산 정의를 외쳤던 그가 정작 자신은 다주택을 보유하고, 이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시세 차익을 극대화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의 자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보는 그가 쌓아온 개혁적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혔다.이 원장은 30대 자녀 두 명과 함께 거주하며 변호사 시절 서류 등으로 집이 비좁아 아파트를 추가 매입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한 채를 처분하는 것이 "공간이 좁아지는 불편"과 "고통을 감수하는 일"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서민들의 주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다수 국민이 겪는 주거난의 고통에 비추어볼 때, 그의 해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특권 의식의 발로로 비치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고위공직자의 재산 형성 및 처분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언행일치의 무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례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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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폰에도 신라 천 년의 역사를"…경주 APEC 기념 굿즈 화제대통령실이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경주 개최를 앞두고,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디지털 굿즈 21종을 공개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2005년 부산 대회 이후 20년 만에 대한민국이 의장국을 맡아 주관한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12개국 각료회의로 시작된 APEC은 1993년 정상회의로 격상된 이래, 현재는 21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의 경제 협력체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디지털 굿즈 배포는 반가운 국내 개최 소식을 널리 알리고 국민적 관심을 높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대한민국은 2025년 APEC 의장국으로서 '연결(Connect), 혁신(Innovate), 번영(Prosper)'이라는 세 가지 핵심 의제를 설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APEC이 장기 목표로 삼고 있는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회원국 정상들과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에 공개된 디지털 굿즈는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한국이 주도할 APEC의 비전과 외교적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특히 정상 외교 복원을 알리고 국제 사회에서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상징하는 동시에, 20년 만에 의장국으로 복귀하는 역사적 의미를 국민과 함께 기념하고자 제작되었다.이번 디지털 굿즈는 총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각각의 상징성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첫째, 'APEC 2025 공식 엠블럼'과 '보자기'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은 21개 회원국의 다채로운 개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APEC의 협력 정신을 표현했다. 각기 다른 천 조각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보자기가 완성되듯,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공동 번영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둘째, 'UN 순방' 굿즈는 제80차 유엔 총회 연설 등을 통해 국제 외교 무대로 화려하게 복귀한 대한민국의 자신감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문화유산' 굿즈는 신라 천 년의 고도인 개최 도시 경주의 정체성을 부각했다. 첨성대, 석굴암 등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디지털 아트로 재해석하여 한국 고유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했다.대통령실은 이번 디지털 굿즈가 단순한 온라인 홍보물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미와 경주의 특색을 담은 굿즈가 국내외 사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경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관광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및 애플워치 페이스, 스마트폰 배경화면 등 총 21종으로 구성된 이번 굿즈는 대통령실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대통령실은 20년 만에 주최하는 APEC 정상회의가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실용적인 성과를 내는 무대가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